최근 울산지역이 경기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경기침체의 여파는 집값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 부산 등 다른 광역시들의 경우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울산은 남구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뉴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울산시민들도 각자 다양한 의견들을 가지고 계신 듯 합니다. 어떤 분들께서는 지역 산업의 경기불황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고, 곧 회복될거라고 말씀하십니다. 반면 광역시 중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는 울산의 교통사정 등을 들며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울산 옥동 같은 경우 부산보다 집값이 비싸다고 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이런 걸 볼 때 지역경기나 교통사정과는 무관한 전혀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인 `총, 균, 쇠`에서 지리적인 위치와 사회발전의 연관성에 주목합니다. 그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를 분석한 후, 유라시아 사회들이 지리적으로 가축화, 작물화하기 좋은 생태계를 갖추고 대륙의 동서축을 통해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었기에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사회를 앞질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의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지리적인 위치가 인간의 사회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울산이 산업수도가 된 것도 바다와 가까운 위치라는 지리적인 이점 덕분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좀 더 옛날로 돌아가 보면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불과 몇 백년 전인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사람이 많이 모여 살던 곳은 강 근처의 평야지대였습니다. 반면 바다와 가까운 울산은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살기에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 일제강점기가 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집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근접한 위치에 있는 부산과 마찬가지로 울산 역시 당시 일본에서 넘어온 물자 덕분에 크게 발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울산이 지금의 산업수도가 된 것이지요. 이런 점을 가리켜, 사회발전이 지리의 의미를 바꾼다고 설명합니다. 과거 조선시대는 폐쇄적인 사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닷가는 그저 살기 어려운 척박한 땅에 불과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가 수출중심의 개방경제체제로 발전하면서 수출입에 유리한 바닷가 지역이 더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산과 울산은 다소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부산은 신발 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반면, 울산은 중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지요. 경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부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저임금 수출국가와의 경쟁으로 한계에 부딪힌 반면 중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울산은 최근까지도 산업수도의 위상을 잃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우리사회는 또다시 변화했습니다. 우선 생산 중심 사회에서 소비 중심 사회로의 변화가 이루어졌고, 이제 사람들은 좋은 일자리가 있는 울산 이상으로 거주환경이 좋은 부산을 선호합니다. 교통환경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과거 교통수단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일자리 근처인 울산에서만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지리적으로 떨어진 부산에서도 얼마든지 출퇴근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는 두 도시의 양상을 또 한 번 바꾸어 놓았습니다. 앞으로 사회변화는 더 빨라질 것이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울산과 같은 대도시에도 어쩌면 이런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울산이 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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