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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회> 조락 凋落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7/11/12 [15:02]

낙엽 우수수
쌓인


나무아래 벤치에는 이빨 빠진 비둘기 몇 마리
서로의 깃털을 골라주고 있다.


퍼덕일 때마다 애처로운 저 날갯짓
조락이다


가을 빛 을씨년스럽게 배경으로 물들면
노인 하나가 지팡이 끝으로


맨 땅바닥에 생의 발자취를 새긴다
옆에는 뒷굽이 닳은 구두 하나가 졸고 있다

 


 

 

가을이 깊어 기온이 내려가면 땅 속 온도도 내려가 식물의 뿌리가 쇠약해져 물을 빨아들이는 작용을 멈추게 된다. 이때 식물의 잎이 떨어지는 현상을 낙엽이라고 한다. 앙상한 가지 끝에서 떨어져야 할 운명임을 아는 낙엽이 온 몸 붉게 물드는 까닭은 인연 줄을 놓기 위한 이별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낙엽이 지는 것은 쓸쓸함도 아니고 자기박탈도 아니다. 땅으로부터 얻은 것을 땅으로 돌려주는 나무의 숭고한 정신이다. 설령 비질에 쓸려 한 줌의 재로 사라진다고 할지라도 소멸이 아니라 다시 푸른 잎으로 태어 날 윤회의 한 과정이다. 우리는 기꺼이 낙엽이 되어야 한다. 밟히고 짓밟혀도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살아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아픔조차 침묵해야 한다. 낙엽을 보면 보통 사는 일에 무상함을 느낀다. 특히 인생의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일수록 절실하다. 작열하던 태양이 식어가는 날, 낙엽을 보면서 문득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곱게 물든 낙엽의 낭만에 대하여, 젖은 낙엽의 쓸쓸함에 대하여 오랫동안 생각하는 우리는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결코 슬픔에 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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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2 [15:0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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