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반가운 전화가 왔다. 노인대학 학생이었다. 비도 오는데 잘 있느냐는 안부 전화였다.어찌나 감동이었던지……. 난 내가 세상을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에 기쁨을 준다는 사실이 참 좋다. 노인대학 학생들이 날 그리워하고 보고파 해주고 아주 오래된, 숙성된 사랑을 담아 나를 향해 구수한 고백의 향기로 말해준다. 가끔 걸려오는 제자들에 전화 귀가 어두워서 잘 들리지 않아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참으로 많이 반가운 전화이다. 또 내일이 오면 나만의 파라다이스로 제자들을 만나러 간다. 그곳에 가면 어르신들이 30분 정도 계시는데 종일 아니 일주일 내내 나만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신다. (아마도 진심이겠지?) 마음 착한 제자들은 따듯하게 밥도 준비해 주시고 반찬은 별로 없지만,그래도 서로 웃으면서 먹는 밥은 꿀맛이다. 부끄럽지만, 사실 난 처음에는 그곳에서 잘 먹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나도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날 사랑해 주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1년에 200회 이상 행사를 하고 200회 정도의 강의를 합니다. 늘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나만의 파라다이스, 보물섬 같은 실버 친구들을 만나러 갑니다. 만날 때마다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의 분칠을 해주고, 입술에는 호탕한 웃음의 루즈를 발라주고, 마지막 남은 열정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며 손잡을 수 있도록 그 거친 손바닥에 꿈을 쥐여주는 일을 합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늘 한결같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우찌 이리 이쁘노. 우리 예쁜 레쿠리 선생." 실버 친구들이 저를 `레쿠리 선생`이라 부르는 것은 레크리에이션이라는 말이 잘 되지 않아서입니다. "선생님, 말이 너무 길어요. 그냥 레쿠리 선생이 좋아요."라고 말씀하십니다. 10년 동안 예쁜 레쿠리 선생이라 불리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꿈과 비전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 등지는 날까지 즐거워하며 좋은 세상 나들이를 잘 마칠 수 있도록 그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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