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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아동센터의 하루
 
신정화 해누리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   기사입력  2017/11/13 [17:31]
▲ 신정화 해누리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    

한낮의 햇살이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어느 오후. "우당 탕탕!"한달음에 계단을 밟고 뛰어와 문을 열고 아이들이 밝게 인사한다. "안녕 하세요""어서 와~!"웃으며 반기는 나와 아이들과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해누리 지역아동센터는 울산 방어동에 위치한 곳으로 바닷가와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기초생활 수급가정 및 저소득가정, 한부모 가정, 결손가정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복지시설로 울산 동구 지역의 빈곤 아동의 교육과 문화 및 보건과 가족 복지의 향상을 위하여 설립되었다. 해누리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들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학교생활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다양한 프로그램(교육, 문화, 정서지원, 생활보호)을 통하여 아동의 정서적·심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여 스스로 자립심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29명의 개성 넘치는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이곳 해누리로 와서 7시까지 센터장, 생활복지사 그리고 아동복지교사와 학습과 다양한 프로그램, 급식을 하고 있다. 해누리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어 이곳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집이 되고 있다. 15세의 승민이도 그중 한명이었다.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여름이었다. 승민이는 한 부모가정의 아이로 홀로 생계를 이어야 했던 엄마로 인해 외부위험에 방치되어 있고 늘 혼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였다. 늘 혼자 여야만 했던 승민이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많이 서툴렀다. 그래서 학교생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승민이가 처음 센터에 왔을 때 낯설은 환경과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만 했던 센터를 부담스러워 하고 오기 싫어했었다.


그래서 우린 더욱 승민이가 센터에 적응할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였고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승민이는 쉽게 우리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상처가 컸던 승민이는 마음을 굳게 닫고 있었다. 센터 선생님들과 나는 승민이가 우리에게 마음 열기를 기대하며 하루하루 승민이에게 다정한 말을 걸고 관심을 기울이며 조그만 일에도 칭찬을 하고 지지를 해주었다. 그러나 승민이는 우리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화를 내기도 하고 욕을 하고 심지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차츰 승민이는 나와 선생님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서서히 센터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승민이와 문화프로그램으로 가을 영주여행을 갔던 그날 승민이는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선생님!, 여행을 처음 가서 그런지 긴장돼요..!!"나는 승민이가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뻐서 무슨 대답을 해주어야 하나 잠깐 고민을 했고 내가 대답한 말은 "음..뭐 좀..먹을래?"였다. 그 말에 승민이는 피식 하고 웃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우린 조금씩 친해졌고 승민이는 학교를 마치고 센터를 오면 책가방을 던져놓고 내 옆으로 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센터 급식이 맛있다는 말부터 엄마이야기 그리고 아빠 이야기 등 승민이는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하였고 나는 그 아이의 상처와 고민을 알게 되어 마음이 아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그후 나와 선생님들은 승민이의 상처를 이해하고 위로 하며 그 아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방면 노력하였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승민이는 어느덧 든든한 중학생이 되었고 센터에서의 멋진 형, 오빠가 되어 나의 수고를 덜어주었다. 그리고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친아빠와 살게 된 승민이는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 아이는 가면서 많이 아쉬워 했고 나 역시 겉으론 무심히 승민이를 보냈지만 그 아이와 보냈던 3년이라는 시간이 떠올라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눈물이 흘렀다. 그후 승민이는 울산에 올때면 항상 센터에 들러 우리를 보러왔다. 그때마다 시크하게 들어와서는 급식 먹어도 되냐고 당당히 말하는 승민이가 나는 반갑고 대견하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디언 속담에 이런말이 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씨앗이다. 그들의 비어있는 순수한 가슴을 사랑으로 채워 길러라. 삶의 학습과 체험의 지혜라는 물을 뿌려주어라. 그리고 그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승민이와 같이 돌봄이 절실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 그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아이들의 순수한 가슴을 사랑으로 채우며 아이들에게 삶의 학습과 체험의 지혜를 주기 위해서는 지역아동센터라는 공간과 역할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지역아동센터를 유지하고 발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자체와 기업체 그리고 지역 내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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