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외교 독주에 헛발질하는 한국외교는 현재진행형이다. 청와대가 한ㆍ미 정상회담 국빈 만찬에 독도새우를 내놓는 계획을 결정하기 전, 외교부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 외교부가 받아 미국 측에 통보한 메뉴에는 `잡채`라고만 적혀 있었지 `독도새우`가 들어간다는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 8일 공개된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에 들어간 `인도ㆍ태평양 지역`이란 개념에 대해 9일 청와대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된 것은 다른 사례다. 이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인도네시아에 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기자들에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해 시작됐다.
같은 날 오후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ㆍ미 간 긴밀히 협의하면서 필요하고 가능한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고 나름 수습을 했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 버렸다. 이젠 주워 담을 수도 없다. 미국의 최대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자 말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못 믿을 친구(unreliable friend)`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미국과 협력할 것처럼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행동을 봐서는 미국 정책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WSJ은 문 대통령이 더 나아가 광범위하게 미국 정책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사드 압박에 문 대통령이 결국 한 발 물러섰고, 김정은 정권을 지지하는 중국에게 선물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MD) 편입, 한ㆍ미ㆍ일 군사동맹은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3불(三不)을 약속했다`고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ㆍ중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인 `인도ㆍ태평양` 구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대비됐다. 일대일로 정책은 시 주석이 강력히 추진하는 유라시아 대외 전략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인도ㆍ태평양` 구상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맞대응으로 미국ㆍ일본ㆍ인도ㆍ호주 등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자는 것이 골자다.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ㆍ중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가 한 브리핑과는 다른 내용의 중국 언론 보도가 나와 청와대가 이를 수습하느라 혼쭐이 났다. 브리핑 두 시간쯤 뒤 중국 국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의 영문 트위터에 "시 주석은 사드에 대한 중국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한국이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고 결정을 내리도록 촉구했다"는 보도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드보복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도 못 받고, 양 정상 간 사드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설명한 것과는 정반대 기조였다. 한국이 미국의 다른 동맹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데 대해 중국이 두려워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지키기 위해 한국이 일본과 협력한다면, 아시아 패권을 향한 중국의 주도권 잡기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이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른바 `균형자 역할`을 보여주려 했지만, 결국 실리를 챙긴 것이 없었다. 물론 미ㆍ중 두 측이 전략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강하게 쏠리는 것은 위험일 수 있다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의 외교 무능을 드러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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