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몸에 버거운 집 한 채 끌고 병영성 어두운 골목길 올라간다 힘겨운 만큼 진액 내 놓으며 오르막길 밀고 가는 할머니 마지막 골목을 더듬는 동안 걸음걸이도 꺾이는지 굽은 등이 속도를 말아 들이고 있다
추위에 뼈마디 쑤셔도 쓰다 버린 활자들로 외로운 입담을 대신하고 말라 가벼워진 것들 끼리 접히기 쉬운 것 끼리 끌고 끌려가며 이 골목 더듬이로 읽고 있다
휴^ 일흔 아홉의 거친 호흡, 떨어져 나간 자식들 등 뒤를 무겁게 잡아당긴다 한 끼 따끈한 국물을 대접해 주는 파지, 자식보다 효자란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파지를 가득 실은 등 굽은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 모르게 짐 뒤를 밀고 올라가면 어느듯 눈치를 채시고 빠른 걸음으로 고갯길을 오르시곤 땀을 닦으며 고맙다는 답례로 휴^하시곤 웃으신다. 신문지나 종이박스를 줍는 일이 오랜 일인지라 허리는 기억자로 굽어 있었다. `요즘 종이 값이 떨어져 종일 주워도 오천원이 안돼` 한마디 대답이 오랫동안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누구의 어머니인지 알 수 없지만 꼭 우리 어머니 같아 이 겨울이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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