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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꽃소리
 
유서희 수필가   기사입력  2017/11/21 [16:11]
▲ 유서희 수필가    

타오를수록 아름다운 불꽃이 되어
일 년 삼백 예순 닷새 하루도 거름 없이
향기로운 글꽃소리 피워내어
내 눈 먼 어둠 작별하게 해다오

시인 조남훈선생께서 2년전 시낭송 연구소 개소식 때 지어 주신 시의 일부다. 시낭송을 글꽃소리로 표현하시며 향기로운 시낭송을 널리 널리 피워내라는 응원과 당부의 마음이 담긴 시다. 시인의 당부처럼 매일 시낭송의 불꽃을 피워 내겠노라 다짐했던 시간이 어느 새 아득하다. 단풍빛 곱게 물들어 가듯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낭송으로 마음을 물들이고 있다.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시낭송이 처음 우리나라에 씨앗을 뿌리기 시작할 즈음, 문학모임을 통해 시낭송을 알게 되었고 어떨 결에 시낭송대회에 도전하게 되었다.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그 때는 지도자와 교재를 구하기가 어려웠기에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암기만 하듯 무모한 도전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당시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 무지함을 격려하듯 장려상을 받은 후 다음해 6월 울산 대회에선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 해 12월에 있을 본선대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왔다. 운이 좋아 최우수상을 받았지만 서울에서 열리는 본선대회는 전국의 최우수상 수상자들끼리만 겨루는 힘든 대회였다. 무대에 제대로 서 본 경험도 없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고민 끝에 마음을 비우고 시에서 느껴지는 나의 느낌을 그대로 청강자들에게 소리로 공유하는데 목적을 두고 연습을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시인의 삶과 시를 쓴 의도, 시의 암기 과정과 고저장단등 세밀하고 자세하게 계획을 세워 연습에 몰입하였다.

 

다행히 6개월 동안의 노력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 편의 시를 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정이 어려운 만큼 해내었다는 기쁨 또한 크다. 시를 깊이 암기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어 하나 하나를 만나는 길은 많은 인내심과 집중력을 요한다. 모든 예술이 그렇든 가슴에 담은 시를 자신만의 감정을으로 되살려 재승화시키는 것은 숭고한 아름다움이다. 시낭송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치유의 힘`이다. 서녘 하늘에서부터 서서히 빛을 잠식하며 몰아오는 어둠이 집 안까지 밀려 올 때면 혼자선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들이 파도를 이루고 가라앉았던 슬픔들이 구정물 일어나듯 소용돌이를 칠 때,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소리내어 읊다 보면 어느 새 편안해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외롭거나 슬플 때 가장 깊이 마음을 만져주는 친구가 시낭송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불통으로 인해 고통이 따를 때 시낭송은 마음을 열어 주는 최고의 열쇠가 되어 주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전국에서 시낭송대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문화예술 행사가 다양화 되면서 시낭송 대회는 특색을 가진 행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시낭송 물결이 출렁이는 것은 더없는 기쁨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대회가 다수로 열리다 보니 실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낭송가와 대회의 본질을 벗어나 형식적인 행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낭송가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낭송의 기법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고 꾸준히 시 읽기를 해야 한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노래를 부르듯 시를 읊고 즐길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낭송가는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낭송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친숙하고 부담 없이 낭송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낭송기법 연구와 폭넓은 낭송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할 것이다. 정서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오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글꽃소리를 피워내기 위한 나의 노래는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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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21 [16:1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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