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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회> 들녘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7/11/26 [15:16]

봄날은 가고 꽃시절 다했다
성질 급한 여름도 따라 가버렸다
허허로운 마음 달랠 길 없어
바람 휑한 들녘에 서있다

 

꽃 흔적 없고 작열하던 태양도 굽은 등 보인다
소슬바람 소매 끝에 매달리는
들녘
길이 없다
어디 가서 위로를 받아야하나

 

정지해 있는 것이 어디 들녘뿐이겠는가
돌아서면 다시 볼 수 없어
오랫동안 바라본다

 

부질없다 가을 들녘

 


 

 

햇살이 따가워야 곡식이 잘 영근다는 가을이다. 파아란 하늘에 둥실 떠가는 뭉게구름이 한가롭다.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그 옆 밭에는 키가 큰 수수가 장승처럼 서있다. 참새 떼들이 너 잘 만났다고 우르르 몰려온다. 저 만큼 떨어진 논에는 벼 이삭이 튼실한 결실을 맺기 위하여 가을빛에 부데끼고 있다. 혹독한 가뭄 속에서 씩씩하게 잘 자라준 곡식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가을 들녘은 각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논과 밭에서는 철, 철, 철철철 … 풍요가 넘치는 소리 가득하다. 앞산에서는 툭, 툭, 투두둑 … 떨어지는 도토리, 상수리를 받아들이는 땅의 울림이 산을 흔든다. 가을들녘은 마음의 창을 열어야 보인다. 논두렁 밭두렁을 밟아야 가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심어 추수할 곡식은 아니더라도 황금알이 조랑조랑한 벼와 가지가 찢어지게 매달린 과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허기는 달아난다. 예술품이자 한 폭의 그림인 가을들녘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사랑해야 존재한다. 가을 들녘은 고슬고슬하고 윤기 좌르르 흐르는 고봉밥을 밥상에 올려놓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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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26 [15:1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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