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밤하늘의 별이 된 아버지에게
 
한일신   기사입력  2017/11/30 [15:59]

  

▲ 한일신  최우수상수상자

아버지! 새벽 남부시장에 갔습니다. 김장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아버지의 딸도 싱싱한 배추와 무, 당근 등을 사서 가지고 간 손수레에 실었습니다. 갑자기 부자가 된 듯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좌판에 진열된 이것저것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저기요~’하며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뒤돌아보니 수레에 실었던 비닐봉지 하나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당근이 얼굴을 삐죽 내밀고 나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싸! 생각하면서 비닐봉지를 묶었습니다. 하지만 잘 묶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하나가 빙긋이 웃더니 비닐봉지를 야무지게 묶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날 이웃집에 갖다 줘야 할 배추 단을 묶듯이 짱짱하게 묶어 주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손수레를 끌고 가는데 자꾸만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어느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고무 통에 담겨 까맣게 윤기 흐르는 가물치가 보였습니다. 어머니 몸보신을 시켜줘야 한다면서 아버지가 들고 오던 그런 가물치였습니다. 그렇잖아도 요즈음, 구순이 넘은 어머니가 어지럽다고 하시는데 잘됐다 싶어 가물치 중 제일 크고 살찐 것으로 한 마리를 샀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가물치 손질하던 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아버지! 기일이 가까워져서인지 요즈음 날씨가 상당히 춥습니다. 이상하지요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면 왜 이리 날씨가 추운지? 하늘도 낮게만 내려앉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습니다. 우리 형제들이 어릴 때는 문풍지가 유난히 떨었지요. 단칸방에서 온 식구가 다리를 오그리고 몸을 비비며 살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작은집 하나를 마련했지요. 방이 두 개나 되었지요. 마당은 학교 운동장보다 더 넓게 보였지요. 우리 형제들은 신이 났지요. 아버지는 그런 자식들을 미소로 바라보았지요.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었지요. 그 말이 우리 집에 온다는 생각은 안했지요.


  감기인 줄 알았던 아버지가 큰 병원으로 가는 것을 보며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곧 회복되리라 믿었지만 우리 형제들은 끝내 절망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자식들의 곁을 떠난 지도 벌써 20년이 넘은 지금 자식들은 다들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손자들이 장성해서 시집 장가를 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어머니한테 잘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어머니는 제가 나름대로 열심히 모시고 있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 흡족하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철따라 챙겨드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4남매 중 하나 밖에 없는 고명딸이라고 유독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업어서 학교까지 여러 번 데려다 주셨지요?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에서 저를 기다리는 아버지를 보면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버지! 오늘따라 아버지가 무척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아버지께 제대로 효도 한번 못한 것이 두고두고 가슴속 깊게 박힌 못이 되었습니다. 저 세상에 가서도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 이승에서 못한 효도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 다시 만나요. 사랑해요. 아버지! 밤하늘의 별이 된 아버지 딸로 태어나서 행복했습니다. 아버지, 당신은 영원한 나의 아버지입니다.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2017년 11월 끄트머리에서
                                                                    불효녀 일신이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11/30 [15:59]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