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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와 대머리
 
임일태 한국해양대학교 국제경제무역학부 겸임교수   기사입력  2017/11/30 [18:07]
▲ 임일태 한국해양대학교 국제경제무역학부 겸임교수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고 한다. 요즘들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이마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은 지자체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각종 강의 프로그램을 많이 수강해서 그럴까. 공짜를 좋아하는 것과 탈모는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 하지만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을 한국 사람이라면 한두 번은 들었을 법도 하다. 농담 삼아 하는 말이긴 하지만 아마 세상에 공짜는 없고, 공짜를 좋아하는 심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현상이니 노력도 없이 얻으려는 마음은 아예 갖지 않는 것이 좋다는 교훈이리라. 모두가 좋아하는 공짜와 대머리를 대비시킨 익살스런 협박이다. 같은 강좌를 유상과 무상으로 들었던 적이 있었기에 둘을 비교해본다.

 

과목과 강사와 조건은 대동소이한데도 무상으로 하는 수업에는 열기도 없고, 출석률도 저조하고, 스스로 열등한 강의로 치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반면에 꾀 많은 수강료를 내는 유료 강좌는 다르다. 열기도 대단하여 정해진 발표 횟수보다 더 많이 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수강생도 있고,  출석률도 높은 데다 먼 곳에서 몇 번씩 차를 바꾸어 타고 참석하는 정성도 대단하다. 찬찬히 뜯어보면 지자체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내가 낸 세금으로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받는 교육이다. 공립교육과 사립교육이라는 차이와 대가의 지불 방법에서 간접지불방법과 직접지불방법의 차이에 불과하니 열심히 수강한다 한들 탈모는 없을 것이다. 단지 공짜라는 마음가짐이 정신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은 수 년 전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이십여 년 전 아내는 조그마한 내의류 점포를 했다. 매일처럼 나오는 폐박스를 주워가는 사람들은 박스가 나올 때를 기다려 크고 좋은 박스만 날름날름 주워갔다. 작은 박스와 조각은 늘 쌓이고 지저분하여 그것을 치우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그 일은 항상 퇴근 후 내 차지였다. 지나가던 고물장수가 모아만 주면 일주일에 한 번씩 무게에 따라서 적정한 가격으로 사가겠다는 제안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고물장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아주 작은 조각까지 깨끗이 쓸어 담아 무게에 따라 많지는 않지만 돈을 지불하고 가져갔다. 돈도 받고 깨끗하게 청소까지 해주니 일석이조였다. 공짜로 주워가던 사람들은 나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인정머리가 없다느니, 가진 사람이 더 매정하다느니 온갖 욕을 하였다. 돈은 주지 않더라도 깨끗하게 가져갈 자신이 있으면 가져가도 좋다고 해도 하나같이 그렇게 할 수 없단다. 작은 조각을 줍는 시간에 다른 곳에 가면 더 많은 공짜를 주워올 수 있다면서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 년이 흘러 고물장수의 리어카는 트럭으로 바뀌고 신수가 좋아보였다.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나에게 "돈을 지불 한다는 것은 거래이고, 거래에는 원가가 있고 작은 것도 원가에 포함된 것이다. 그리고 매입처가 확보되어 있어 서둘러 다니지 않아도 얼마든지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라는 말에 "사장이 경영학 박사다."라면서 바라보니 머리털이 그날따라 더 많아 보였다.

 

공짜로 폐지를 줍던 사람들의 행색은 변함없이 길에 버려진 종이박스가 없는지 헤집고 다녔다. 아마 이마  속 공간이 넓어져 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이 이런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헬스클럽에 수강료를 선납했다. 재미가 없어서 그만 두고 싶어도 본전생각에 억지로 운동을 하게 되겠지. 공짜 심리 때문에 주변에 보이스피싱에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세상에는 공짜가 굉장히 많은 것 같이 보이지만 공짜는 거의 없다. 인터넷 홍수 속에서 제공하는 많은 정보는 그 정보에 끼워 파는 광고를 보아주는 대가이다. 광고를 보아주는 대가는 방송, 신문, 잡지 등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허황된 생각을 버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땀의 대가는 반드시 되돌아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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