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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회>어항속의 고요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7/12/17 [16:58]

지난여름 베렌다에 내 놓았던 어항
들여놓는 다는 것을
깜빡 잊은 사이
앞냇가의 가장자리부터 슬슬 얼기 시작하더니
어항 속 금붕어들
꼬리 흔드는 것을 멈췄다
그때부터 겨울이
풀벌레들이 기거하는 집 창문을 굳게 막아 버렸다

 

유리 파편 같은 시간들이 화석이 되어
어항 속에 떠 있다
정지해 있다고 해서 다 죽은 것은 아니다
천년 후 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지금
붕어들은 두 눈을 깜박거리지 않을 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죽은 듯 살아서
숨 쉬는 게 있는데
사람들은 흔히 죽었다고 말한다
어항 속 고요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고요하다고 해서 어떤 일이나, 말 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고요는 내면의 소음이 사라지고 편안해진다는 뜻으로 고요는 결국 외부의 상황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다. 진실로 고요하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고 평화롭다.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으면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고요하면 물체가 투영된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요는 맑은 것으로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마치 거울과 같이 사물을 객관적으로도 볼 수 있다. 고요하면 혜안이 생겨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진정한 고요는 치열함에서만 나온다. 삶의 품격 역시 얼마나 치열하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치열하지 않은 삶은 구차하고 비루할 수밖에 없다. 치열하다는 것은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면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때 잡스런 번뇌나 쓸데없는 망상은 사라진다. 이런 삶을 고요한 삶이라고 한다. 고요한 가운데 고요한 것은 진정한 고요가 아니다. 소음과 소란 속에서 얻은 고요가 참된 고요다. 호수의 물결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바람을 꾸짖자 비로소 호수가 잠잠해졌다. 호수가 고요할 때 호수에 비친 달을 볼 수 있다. 고요한 밤은 거룩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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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17 [16:5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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