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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동지 팥죽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7/12/19 [14:25]
▲ 하 송 시인

며칠 있으면 동지(冬至)가 돌아옵니다. 동지는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로 매년 12월 22일 무렵입니다. 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세시풍속에 관한 책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고 하며 민간에서는 `작은 설`이라고 하였습니다. 고대에는 음력 11월이 한 해의 시작이었으며, 동짓날이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옛 속담에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동짓날에 먹는 동지팥죽은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어 끓입니다.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만들기 때문에 `새알심`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새알심은 먹는 사람의 나이 수만큼 넣어 먹습니다. 어려서 시골에 살 때 할머니께서 동짓날마다 동지 팥죽을 끓여주셨습니다. 동지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어른들 말씀에 되도록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손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시며 해마다 할머니께서는 직접 땀 흘리며 농사를 지으신 팥으로 정성스럽게 팥죽을 끓여주셨습니다. 팥은 크기가 작아서 손가락 사이로 잘 새어나갑니다. 할머니께서는 한 톨도 귀하게 여겨서 평소에 혹시 팥이 한 개라도 땅에 떨어지면 기어이 주우셨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참으로 귀한 곡식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랐습니다. 동지팥죽에 대한 이야기는 6세기경 중국 양나라의 종름(宗懍)이 쓴 초나라 풍속과 연중행사를 기록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등장합니다. 공공씨(共工氏)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전설적 존재로 황하를 다스리는 신이었습니다. 어느 해에 황하에 홍수가 나서 강물이 범람했습니다. 이유는 강물을 다스리는 신인 공공씨가 심술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이때 망나니 아들이 죽어서 귀신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보통 귀신이 아니라 전염병을 퍼트리는 귀신인 역귀(疫鬼)가 된 것입니다. 공공씨의 아들이 살아있을 때 붉은 팥(小荳)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기 위하여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은 것입니다. 또한 팥의 붉은색은 태양을 상징하고 불을 의미합니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팥죽을 끓여 먹고 영양을 보충해 병을 이겨내기도 했습니다. 많은 곡식 중에 하필이면 팥으로 전염병을 예방하고 치료한 이유는 팥이 겨울을 이겨내는 데 좋은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당나라의 서견 등이 현종의 칙명으로 편찬한 `초학기` 에서도 동짓날 뜨거운 팥죽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양의 기운을 보충할 수 있어 몸에도 이롭다고 했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에도 뜨거운 팥죽 한 그릇이면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위까지 물리칠 수 있어서 전염병 예방과 치료에 쓰였습니다. 조선시대에도 동짓날이면 배고픈 사람을 모아 팥죽을 먹였습니다. 팥죽이 다 만들어지면 먼저 사당에 올립니다. 이어서 각 방과 장독, 헛간 등 여러 곳에 팥죽을 뿌리거나 놓습니다. 집안 곳곳의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행위가 끝난 후에 식구들이 모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을 보며 이상하고 생경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한 편으로 팥은 기쁘고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도 쓰였습니다. 온 가족 생일 때마다 큰 시루에 가득 팥떡을 하셔서 뜨끈뜨끈할 때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었습니다. 떡 심부름을 하느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들고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할 때마다 뜨거운 환대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동지팥죽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해가 바뀌는 동짓날 한 해 동안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게 해 달라는 소원의 의미가 더 크기도 합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개띠의 해인 무술년(戊戌年)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동지 팥죽과 함께 가족과 이웃이 어우러져 따뜻한 인정을 나누며 건강을 다지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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