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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현대차와 신개념 파업 중인 노조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12/19 [15:13]
▲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개미와 베짱이`는 겨울에 대비해 음식을 모으는 개미와 따뜻한 계절 동안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낸 베짱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겨울이 오자, 베짱이는 굶주림에 시달리다 개미에게 음식을 구걸하고 개미는 베짱이의 게으름을 비난한다. 이는 이솝 우화 중 하나로,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일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 양면적으로 교훈을 준다. 우리 국민들은 현대자동차와 지상파 방송사의 파업에 진저리를 친다. 하나같이 귀족노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으면서도 미래를 추구하는 상생 보다는 현실적인 보상에 더 목말라하는 모습이 보기 싫기 때문이다. 아직도 KBS방송사와 현대차는 노사갈등 속에서 해결책을 못 찾고 있어 안타깝다. 필자는 어느 누구를 베짱이라고 적시(摘示)하고 싶지 않다. 필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현대자동차의 12월은 유난히 춥기만 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예외 없이 파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년과 비교해 다른 것이 있다면 올 여름에 시작한 파업이 겨울이 됐는데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시장의 침체로 인해 현대자동차의 올해 판매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들어온 가운데 노조가 이달 들어 3주째 부분파업을 강행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해가 약 열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현대차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 10월 출범한 새 노조의 시급 손실을 최소화한 신개념 파업까지 이어가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속되는 노조 파업에 시름 깊어진 현대차와 노조의 `막장 대결`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94년, 2009~2011년 등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였다. 총 436회에 걸친 파업에서 발생한 누적 매출 손실은 19조4천억원이다. 올해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액을 더하면 손실액은 2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파업은 비단 금전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브랜드와 회사 이미지 추락은 경제적인 손실보다 더 크고 장기적인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지난 5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 현대차 노조는 주말을 제외하고 11일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3주에 걸쳐 파업을 진행하면서 현대차 공장에서는 벌써 1조원이 넘는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지난해의 경우 총 24일의 파업을 벌이며 14만2000대의 생산에 차질을 빚어 3조원이 넘는 매출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부분파업에선 지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체 노조원이 일을 중단했던 과거와 달리 조립라인 생산자와 비생산 라인 근무자가 번갈아 가면서 파업을 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 조업의 특성상 한 개 공정이 멈추면 차량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내년에도 판매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에 그치는 등 저성장할 것이라는 먹구름 전망이 나왔기에 더 걱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경륜이 이쯤 되면 매년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습관성 파업으로 돈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노사가 상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회사가 망한 뒤에 뒤늦게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개미와 베짱이`가 주는 양면적인 도덕적 교훈으로 올해를 넘기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현대차) 노사가 합의점을 찾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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