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을 맞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협상에 지브롤터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지브롤터를 두고 스페인과 영유권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영국에 브렉시트 2단계 협상에 앞서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포스트 브렉시트와 전환기에 대한 신속한 협상을 위해서는 지브롤터 분쟁 해결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0일 브렉시트 2단계 협상에 관한 4쪽 분량의 명령을 채택할 예정이다. FT가 확보한 이 명령에는 지브롤터가 2019년 3월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바로 EU 단일시장에서 빠지지 않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서 영국과 스페인 간 양자 협상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이후 미래관계를 논의하는 2단계 협상의 빠른 진행을 원하는 영국의 발목을 잡을 예정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년 간의 전환기에 대한 신속한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주 "전환기에 대한 합의에 앞서 2021년 이후 영국이 계획하고 있는 장기간의 미래 관계의 일부로 (지브롤터)협상이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호르헤 톨레도 스페인 EU 장관도 "영국과 스페인의 양자 합의가 없다면 (브렉시트가 시작되는)2019년 3월20일에 지브롤터에 아무 변화도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물론 지브롤터 주민들에게 큰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지만 좋은 시간에 영국과 협상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지브롤터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위치한 영국 자치령이다. 본래 스페인 영토였지만 영국이 1713년 에스파냐(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 개입했다가 점령해 위트레흐트 조약에 따라 할양받았다. 서울 여의도 크기의 80%에 해당하는 면적 6.7㎢ 의 작은 반도지만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영국과 스페인은 이 곳의 주권을 놓고 300년 가까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양국이 의견에 가장 큰 간극을 보이는 지점은 지브롤터 공항이다. 스페인은 앞서 "스페인 땅에 불법으로 지은 공항"이라고 주장하면서 EU와 영국 간 지브롤터 공항과 관련해 체결되는 협상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지브롤터 공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유지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브롤터가 탈세와 돈세탁 등을 막기 위한 EU의 노력을 방해하는 조세회피처라는 스페인의 주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브롤터의 세금 문제도 논의 대상이다. 이 외에도 매일 수천명의 사람들이 스페인과 지브롤터를 오가는 가운데 발생하는 국경 문제 등 실질적인 부분도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알폰소 다스티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최근 스페인 통신사 EFE에 "곧 영국과 회담을 진행할 것"이라며 "지브롤터에 대한 우리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국민에 이익이 되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