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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은 마을 사람들이 그럴 줄 몰랐을까
 
정호식 학성교 교사   기사입력  2018/01/01 [15:52]
▲ 정호식 학성교 교사    

어느 마을에 양치기 소년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양치기 소년이 심심해서 뻥을 쳤어요. "늑대가 나타났다~~~" 동네 사람들은 몰려왔고 뻥치기 소년은 죽도록 맞고 한 대 더 맞았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하늘에 비행기 네 대가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뻥치기 소년은 소리쳤어요.… "넉대가 나타났다~~~" 동네 사람들은 몰려왔고 소년은 또 맞았습니다. `넉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과 늑대`의 현대판 아재 개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 외에도 이솝우화에는 거짓말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용감함을 과시하려다가 물살에 휩쓸려 죽어가면서도 잘난 체하는 여우 이야기, 사람으로 오인되어 목숨을 건진 원숭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다가 목숨을 잃는 이야기, 꼬리 잘린 여우가 꼬리는 거추장스러운 것이라고 동료에게 말하다가 망신당하는 이야기, 고기를 손에 넣기 위해 소중한 친구를 덫에 걸리게 하는 여우 이야기 등. 주로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말은 한 사람의 이익이나 명예, 자존심을 위한 거짓말이고, 그에 대한 대가 역시 거짓말을 한 개인의 손해로 귀결된다.

 

그런데 `양치기 소년과 늑대`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이솝은 기원전 6세기경의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이솝의 우화가 현대까지 전해지고, 회자되며, 변형되고, 재해석된다는 것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이야기의 일반적인 교훈은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화의 서사학』이란 책에서 김태환은 거짓말은 공동체의 의사소통에 불신을 조장하여 공동체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게 된다고 해석한다. 다소 진지하고 복잡한 면은 있지만, 일반적인 해석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문제는 거짓말을 계속 하면 사람들이 더 이상 믿지 않아서 손해를 보거나, 두들겨 맞거나, 추방을 당할 수도 있다고 수천 년 동안 교훈을 주고 있는 데도 거짓말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의 뉴스를 보면 대중을 상대로 한 거짓말은 오히려 더 심해지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뉴스 중 최악의 가짜 뉴스를 선정하고, 모 언론사에서는 시청자가 뽑은 최악의 가짜뉴스를 선정했다. 영국의 어떤 사전 출판사에서도 2017년 올해의 단어로 가짜뉴스를 선정하고, 급기야 교황도 가짜뉴스에 대한 항거를 촉구하고 진실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 거짓말이 만연하고 폭증한다는 사례는 없는데, 대중을 상대로 가짜뉴스는 왜 이렇게 많이 생산되는 것일까? 실제로 가짜뉴스가 많은가, 진실한 뉴스를 가짜뉴스라고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인가. 양치기 소년은 왜 동네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본래 이야기에서 보면 외로워서 그랬고, 한 번 하고 난 뒤에는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것이 즐거워서였다고 되어 있다. 한 순간의 즐거움을 누린 대가치고는 손실이 너무 크다. 나중에는 사람들이 더 이상 믿지 않아서 늑대가 양들을 마음대로 물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너무 멍청한 짓이다. 똑같은 거짓말에 두 번 이상 속는 것이 반복되면, 그 다음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른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양치기 소년은 마을 사람들이 맡긴 양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져주고 처우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그래서 의도적으로 일종의 가짜뉴스를 퍼뜨렸으며, 그 결과 늑대와 짜고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절차상 정당하게 자신의 이익을 챙긴 것이라고.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늑대가 나타났는지 안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뉴스 기사도 그렇다. 그때그때 그 현장에서 목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의 존재 유무보다는 뉴스를 통하여 드러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와, 그에 대한 믿음만이 중요하게 된다. 양치기 소년이 참말과 거짓말을 자신의 전략에 따라 선택하고, 그에 따라 마을 사람들과 양치기의 손익이 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가짜뉴스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생산자의 의도가 있는 것이고, 똑같은 방식으로만 가짜뉴스를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가짜와 진짜를 섞을 것이고, 사람들의 신뢰와 불신조차도 계산에 넣을 것이다. 가짜뉴스는 가려내기도 힘들고, 가려내기도 전에 가짜뉴스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실제의 사건이 벌어지고 상황은 변해간다. 가짜뉴스임이 밝혀져도 그와 똑같이 파급시켜 완전히 상쇄시켜버릴 수가 없다.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것은 진리에 도달하는 것처럼 어렵다. 현실에선 늘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온갖 정보가 감각적 지각과 합리적 이성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온갖 정보를 전적으로 믿을 수도 없고, 전혀 안 믿을 수도 없다. 감각적 경험과 이성적 사고 불완전하지만 그것을 초월하여 판단을 할 수도 없다. 감각적 현상의 진가(眞假)가 혼란스러울 때는 `눈먼 예언자`처럼, 결국은 가상일 수밖에 없는 세계에 눈감고 직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양치기 소년처럼 대중을 상대로 한 거짓말에 대해, 언론과 대중 독자들이 깨어있는 의식을 유지하여, 2017년의 사자성어인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새해에는 제대로 실현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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