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열탕과 냉탕 사이
 
하송 시인
 
▲  하 송 시인

요즘은 참으로 겨울느낌이 물씬 납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웅크린 어깨를 타고 내려와 옷깃으로 파고듭니다. 특히 지난주에 전국적으로 쏟아진 대설 특보 흔적으로 아직도 먼 산에 흰 눈이 볏 짚단처럼 쌓여있습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사람들이 유독 많이 찾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공중목욕탕과 온천입니다. 목욕탕과 온천에서 뜨거운 열탕과 차가운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직접 따라서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적잖이 걱정이 됩니다. 혈액순환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심장에 무리가 많이 가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책을 출간하느라 바쁘게 지냈습니다. 시간을 아끼느라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심리적으로 많이 신경을 쓰면서 스트레스도 적잖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평소보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편으로 왠지 온 몸이 부대끼면서 힘이 들었습니다. 어디가 딱히 아프다고 할 수 없는데 불편한 정도가 점점 심해졌습니다. 그러다 몇 시간 걸리는 곳으로 출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급하게 화장실을 가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시원한 기분도 들지 않고 통증까지 심해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난방이 되지 않는 야외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냉기에 몸과 마음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끙끙 앓다가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방광염이라고 했습니다. 평생 처음 걸려본 병명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내과 전문의는 요즘 일을 무리하게 했냐며 푸욱 쉬어야 낫는다고 했습니다. 1주일 먹을 약을 주면서 남기지 말고 모두 먹어야한다고 몇 번이나 당부를 했습니다. 임의로 약을 끊으면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띵하면서 기침이 한 번씩 나오더니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감기까지 겹친 것입니다. 약을 몇 중으로 먹으면 몸이 견뎌내기 힘들 것 같아서 감기는 그냥 견디어 이겨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감기로 끙끙 앓으면서 꼬박 방광염 약을 1주일 먹고 나서 가까스로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한숨 돌리고 현재, 교사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보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방학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생체리듬의 전환으로 낮과 밤이 바뀌게 됩니다. 책을 읽다보면 금방 시간이 심야를 달리고 있습니다. 출근 할 때는 다음날을 위해서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는데, 출근 부담이 없어지니 날을 꼬박 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꼼짝 못하고 앉아서 연수를 받게 된 것입니다. 열심히 배우고자,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도착해서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연수가 시작되니 시차 적응이 안 되어서 `안드로메다 은하계`로 달아나려는 정신을 붙잡기에 바쁩니다. 궁여지책으로 쓰디쓴 커피를 연신 들이킵니다. 왼손으론 침침한 눈을 부비며 컴퓨터 화면을 향해 눈싸움을 걸어봅니다.


오른손으론 마우스를 `딱~ 따닥` 클릭합니다. 두 손으로 단축키를 누르고 틈틈이 볼펜으로 메모를 합니다. 새로운 세계의 문을 힘겹게 두드리는 눈꺼풀과 몸이 무겁습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반드시 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온천을 다녀오는 일입니다. 올겨울은 책 출간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다녀오질 못했습니다. 오늘도 열탕과 냉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 봅니다. 편안하고 따뜻한 온탕을 외면한 채, "아이 뜨거워, 아이 차가워!"하면서 뛰어다니고 있는 듯합니다.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실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모시고 가겠다고 빨리 연락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고 적당하게 따뜻한 온탕이 그리워집니다.


 
기사입력: 2018/01/16 [14:54]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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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18/01/16 [15:38] 수정 삭제  
  선생님 글 자체가 온탕입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빠른 쾌유와 건강한 겨울나기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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