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끝난 줄만 여겼던 울산동구 조선업 근로자 해고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말까지 4개월 동안 고용보험에서 탈락한 동구 근로자 1천 500여명을 분석했더니 절대 다수가 조선업 관련 종사자라고 한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18일 발표한 내용이다.
이런 상황을 유추하면 지금도 동구지역 어디선가 근로자들이 해고불안에 떨고 있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이란 거대 기업이 한번 휘청거린 여파가 이토록 크다. 현대중공업이야 지난해 회사를 4개로 쪼개 그나마 살길을 찾아 나섰지만 그 쪽만 쳐다보던 협력업체들이 버티다 못해 지난해 연말 해고정리에 나섰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 직영 근로자들은 해고 중단, 임단협 타결을 요구할 수 있는 상대방이나 있다. 하지만 원청회사 기침 한 번에 천장이 무너지는 중소기업체와 그 종사자들은 서러운 내막을 어디다 털어 놓을 곳조차 마땅치 않다. 아직도 주인 노릇하는 원청에 미운털이라도 박힐까 우려해서 일 것이다.
현대중공업 측이 최근 내놓은 `2년치 임단협` 타결 재추진에 대한 입장 발표를 보면 협력업체들이 기대할 것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9일 `2년치 임단협` 타결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데 대해 "서로 논의할 만큼 논의 했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타결 재추진에 앞서 (이번에는 반드시 타결해겠다는) 노조의 입장부터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당장 시설을 가동해야 할 근로자들에게조차 이런 자세를 보이는데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사정이 눈에 들어 올 턱이 없지 않은가.
정부 고위직들이 현장에 들러 근로자 이야기를 듣고 어깨를 다독이는 장면을 본 게 한 두 번인가. 이제 그런 제스처는 그만 두고 조선업 하청업체 실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런저런 지원금만 기업에, 지자체에 내려 보낼 게 아니라 이들이 울산지역 다른 산업체에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업체들을 독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쓰 오일이 자체시설 확장ㆍ정비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지만 이들로부터 일감을 받는 원청사가 고용하는 현지 인력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대기업이 울산 조선 실직자를 대거 흡수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곳은 지자체가 아니라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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