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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을 돌리다
 
임일태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무역경제학과 겸임교수   기사입력  2018/01/28 [15:20]
▲ 임일태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무역경제학과 겸임교수    

무거운 발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민다. 주민자치센터 대강당은 열기로 가득하다. 강사의 구령에 맞추어 남녀가 엉켜 돌고 있다. 구석진 자리를 찾아 몸 둘 바를 몰라 엉거주춤 하고 있을 때 지인이 보고 나를 안내했다. 강의를 삼십 분 일찍 시작하기로 했단다. 첫 강의는 두려워서 결석, 두 번째 강의는 몰라서 지각, 누가 봐도 나는 불량하고 소심한 수강생이다. 내가 소심한 것은 아직도 사교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탓인지, 아니면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다. 삼사십 년 전에 선원 가족이 많이 살던 영도에서 살았다. 그래서 일까 심심하면 "누구네 엄마는 춤바람이 나서 자식들을 버리고 도망갔다. 남편이 어렵게 번 돈을 몽땅 `제비`에게 사기 당하고 이혼을 했다, 또는 누구는 춤추러 다니다 남편에게 발각되어 삭발 당했는데 남편이 배를 타고 나가자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가발을 쓰고 불법 카바레에 나갔다가 단속반에 잡혀 닭장차에 실려 갔단다." 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신문에 대낮에 카바레에서 춤추다 잡혀 굴비처럼 엮여 갔다는 기사가 가끔씩 실렸다.

 

불법 교습소에서 사교춤을 배우다 잡힌 주부들이 시장바구니로 얼굴을 가린 영상이 텔레비전 뉴스로 나온 적도 있었다. 불법교습소, 춤바람, 제비족, 불륜, 가정파탄이라는 기사거리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사교춤이 그렇게 재미있고 좋은 걸까. 춤을 춘다는 것이 경찰까지 나서서 단속을 해야 할 만큼의 범죄일까? 궁금해 졌다. 금지된 서적이 호기심을 키웠듯이 불법이라고 단속하면 할수록 사교춤을 배우고 싶어졌다. 전액을 선불하고 몰래 교습소에 등록한 다음날 아내 친구에게 들키는 바람에 그만 둔 것이 삼사십 년 전이었다. 어색하기만 한 첫 수업, 강사의 시범을 따라하는데 손발과 머리가 각자 따로 논다. 머리는 기억하지만 손발은 기억을 무시해 버린다. 보다 못한 강사가 개인지도를 해준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고문관`이란 군대시절 隱語(은어)가 갑자기 떠오른다. 군대서 훈련을 따라하지 못하는 병사를 열외 시키고 고문관이라고 불렀다. 우두커니 서있는 미군군사고문을 빗대어 만든 은어다. 내가 그 고문관이 된 것이다. 순간,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없다.

 

머리가 하예진다.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처음이라…." 강사는 따로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며 말끝이 흐리다. 그냥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랄까 아무튼 혼란스럽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있는가? 사교춤에 대한 부정적 잔영과 지난날의 배우지 못한 아쉬운 추억이 교차한다.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일까? 소극적인 학습태도 때문일까? 춤을 배운다는 것이 잘한 일이라고 확신하지 못해서 일까.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갖자고 애써본다. 사교춤을 배우는 것이 불법에서 합법으로, 경찰의 단속에서 주민자치센터의 권장으로 환경이 바뀌었다. 아내까지 치매예방에 좋다면서 적극 권장하지 않았던가. 치매예방에는 고스톱이 제일이라고 한다. 고스톱은 운동이 되지는 않지만 춤은 걷기와 계산활동을 겸하고 있어 운동과 치매예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오랜 기간 춤추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세가 바르다. 지금부터라도 춤을 배운다면 늙어서도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다 새로운 스트레스를 만들고 있다는 것. 어디 노력 없이 그저 이루어지는 일이 있던가. 참고 연습한다면 스트레스도 극복하고 재미까지 쏠쏠하겠지. 사교춤에 대한 부정을 긍정으로 효과에 대한 불신을 확신으로 돌려야겠다. 나이가 들어서 운동신경이 둔해지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아서 운동신경이 오래 쉬고 있는 것이라고, 신경을 잠 깨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젊은 사람들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따라는 할 수 있겠지. 그들보다 더 가진 것은 사용할 수 있는 여가시간이다. 대담해지자 실수해도 돼. 망쳐도 상관없어. 아니 실수하자 망치자 그래도 돼 다음에 잘하면 되는 거야, 본래 그래야만 배울 수 있는 거야, 무엇이 두려운가! 두려움까지 즐기자.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사교춤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사회에도 좋은 것이라고 확신한다. 늦게나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하자. 소심을 대범으로, 소극을 적극으로, 부정을 긍정으로 돌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확신한다면 행복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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