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아시아 지역 주도권을 서서히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CNN방송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이 아시아에서 군사 자산 철수도, 대사관 폐쇄도 하지 않았지만 자국 우선주의에 골몰하며 이 지역에 관심을 쏟지 않는 것만으로도 역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헌신에 관해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역내 지도자들이 미국을 뺀 상호관계 강화를 추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더 이상 이들의 뒤를 봐주지 못하는 때를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규슈대학의 마수오 지스케 부교수는 아시아 지역에 산적한 화약고 같은 문제들이 동맹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시험할 수 있다며, 중국이 이 기회를 틈타 역내 패권을 증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1년 6월이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이 아시아의 지배적 위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려 할 것"이라며 "미국이 그 때가서 아시아 정책을 바꾸려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동아시아는 특히나 아시아 내에서도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힘이 집중된 곳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미래 역내 미국의 권력 향배를 결정할 수 있다. 하버드 캐네디 스쿨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핵 위기 심화는 이미 역내 미국의 영향력에 금이 갔음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자국의 힘을 드러내려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미국의 무기력함 뿐만 아니라 한국을 희생시킬 수 있는 군사 행동 위협이 반복되면서 미 동맹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서울을 로스앤젤레스처럼 방어하겠다는 수십년 간의 보장이 흔들리고 있다"며 "미국의 리더십이 글로벌 안정을 제공할 거란 신뢰가 부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에도 북한의 추가 미사일 실험이 이어지면서 이웃국들이 트럼프의 대북 군사개입 위협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경솔한 행동은 미국 정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한반도에 집중된 사이 중국은 대만을 통해서도 역내 영향력 강화를 시도할 전망이다. 중국은 대만을 속국으로보는 만큼 중국의 패권이 강화되면 대만을 대하는 정책도 훨씬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시도에 맞서 미국이 중국으로부터의 대만 방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아시아 내 미국의 영향력 축소는 물론 동맹들이 흐뜨러지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크다.

남중국해도 화약고이다.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이안 스토레이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한반도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 지역 긴장이 완화됐지만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토레이 연구원은 역내 미국의 영향력 약화가 감지되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작년 방중을 비롯해 동남아의 여러 국가들이 벌써부터 중국에 밀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