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업무보고를 통해 도입하겠다고 밝힌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란 정부가 국민적 관심이나 파급력이 큰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최소 30일에서 60일 이상의 기간을 두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다.
교육부는 대국민 온라인 소통 인터넷사이트 `온-교육`,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수된 국민 의견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 정책 추진의 부작용을 줄이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문제는 국민참여 정책숙려제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느냐다. 교육현장에서는 해당 제도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결정하기 힘든 교육정책을 "유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국정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마련, 유치원ㆍ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 대해 `유예` 결정을 내렸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아예 "재검토 하겠다"며 발을 뺀 것이다. 교육부는 국민적 관심사인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유치원ㆍ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유예` 등도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어 찬반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도입을 계기로 교육정책이 포퓰리즘에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백년대계인 교육정책 집행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민심 눈치보기로 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자유학년제 등 주요 정책들에 대한 추진 계획을 밝혔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시ㆍ도교육청은 공문을 무시하는 등 정부 정책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교육감이 바뀌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가 정책 소통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제도가 여기 저기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와 같은날인 29일 업무보고를 한 방송통신위원회도 국민에게 영향력이 큰 정책을 국민과 함께 논의하는 `국민숙의제`와 국민정책참여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민숙의제는 정책수립ㆍ집행 전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것으로 교육부와 같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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