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밖 몸 빠져나온 생각이지 잠자리 들기 전 쓰는 그림일기
먼 벌판 서성이며 머뭇머뭇 모든 것 비우는 시간 잠시, 하늘을 무릉도원 복사꽃 만발하지
내 사랑, 몇 발자국 더 비껴갈 때
몸 바꾸는 노루 한 마리
누구나 서산의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석류 같은 가슴앓이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땀 흘리며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어디쯤에서 애달프도록 서러운 노을의 잔상을 물끄러미 쳐다본 자만이 안다. 더러는 잊힌 옛사랑이 기억나기도 했을 것이며 살아온 시간을 되돌려 보며 남은 날들을 계수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잠겨있는 노을빛의 추억이 새삼 그리워지는 시간, 잠시 휘청거리며 아름다운 여운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젊은 날의 내가 되어 보기도 했을 것이다. 생각 속에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순간들이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으면 하는 착각도 해 봄직하다. 이렇듯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진대 하물며 우리의 삶은 오죽하랴? 새벽을 깨우며 땀 흘리는 동안 우리의 발은 서쪽을 향해 행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노을`을 바라보다 문득 태양의 몸을 빠져나온 생각이라고 느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쓰는 일기처럼 보고 들은 모든 것 비우는 행위 같았다.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보내는 절묘한 순간, 또 다른 이상향의 별천지가 궁금했다. 복사꽃 지듯이, 노을빛이 내 곁을 비껴가듯이 내 사랑도 영원하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서산의 노을이 지고 싶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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