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0년대 10ㆍ13 특별선언이라고 불리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됐다. 대통령 직권으로 범죄와 폭력 등 민생치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전국의 폭력조직은 거의 와해됐으며, 그로 인해 범죄발생 건수도 대폭 감소했다. 나중에 경찰의 실적 위주의 수사라는 비판도 따랐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 영향력 때문인지 어려운 역경과 훈련을 동반할 때 으레 전쟁이라는 말이 난용(亂用)됐다. 입시전쟁, 뱃살과의 전쟁이라는 말처럼. 출퇴근길에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지하철을 지옥철이라는 것과 비슷하다. 세계적으로 국산 메이커를 단 차량을 생산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의 배짱이 현대라는 자동차 브랜드를 당당하게 창조해냈다.
어느 메이커나 신차를 출시하는 광고에서는 자동차의 미끈한 매력적인 바디라인을 강조하고, 하늘이라도 날을 듯 강력한 엔진의 힘을 자랑하며, 엔진소음은 바람 소리에 묻혀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정숙성과 고급한 실내장식을 선전한다. 자동차 회사에서 많은 장점을 선전하는 반면 차량소유주가 감당하게 될 단점은 감춰지게 마련인데 그 중 하나가 주차난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같이 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가 이렇게 자동차가 많아져서 주차난을 겪게 될 줄을 예전에는 누가 알았을까. 필자의 부친이 살던 시절만 해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우리 가족들만 해도 예전에 집집마다 아파트를 소유하고 한 집에 한두 대씩 차량을 소유한다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문명이 발달하고 살만해져서 그렇게 꿈같은 일들이 당연한 현실이 됐다. 우물 긷는 대신 집집마다 수도가 들어오고, 연탄불과 석유곤로에 밥과 국을 하던 할머니들 세대에 이어 신세대들은 모두 전기밥솥과 가스렌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필수품으로 장만하게 됐다.
이것이 불과 한 세대 전의 일이었다. 이제 문명의 이기가 주는 편리함은 극대화됐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아파트에서 같이 모여사니 층간소음이 생기듯 차량들이 많다보니 심각한 주차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제 도심에는 무료주차장이 거의 없어졌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나 작은 식당에 가더라도 이용자에 한해서 한 두 시간 무료로 설정되지만 이후에는 따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좁은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을 설정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해도 늘어나는 차량들을 감당하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지자체마다 낮 시간대에는 단속반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버스에 고정카메라를 부착하게 단속하는 차량도 많이 늘어났다. 필자는 굿뉴스울산에 일하며 이곳에 주소지를 변경해서 사용하고 있고,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신청해 월정액을 미리 내고 할당받았다. 그 과정에서 우스운 에피소드가 있다. 먼저 자리를 배정받아 사용하던 사람에게서 묘한 질시를 받았다.
그 사람은 급기야 나를 부르기까지 해서 따져 물었지만 나는 묵묵부답으로 답했다. 기실 거주자우선구역의 일 순위는 주소지등록이며 그 다음이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순이다. 그 다음이 주변의 상가의 사무실이 있는지 먼저 자리를 배당받았는지 여부 등이다. 내가 주소지를 변경했으니 당연히 일 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고, 내게 따지던 사람은 일순위의 비밀을 몰랐건 거다.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사용한다. 보통 저녁 그 시간에 주차한다면 출근하는 아침까지 주차가 가능하며 차량을 이동하지 않는다면 낮 시간도 사용이 가능하다. 보통 출근하는 차량이 있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도심 한 가운데가 아니라면 빈자리가 난다. 거의 모든 가정이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요즘, 서로 양보하며 타인을 배려한다면 내 차 한 대 주차하는 자리는 어디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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