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폐쇄적 자본주의 또는 그 소비 및 생산문화를 일컬어 `천민자본주의`라고 불렀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선상에서 천민과 상류층의 벽이 허물어지자 상업, 금융업을 이용해 기하급수적인 자본을 획득한 중세 천민 출신이었던 유대인계 자본주의자들이 수익에 비례한 그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누구든지 그가 벌어들인 수익에 비례하여 건전한 자본주의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폐쇄성 짙은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인 상태를 우리는 천민자본주의라 한다. 경제개발계획을 시작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우리는 단시간에 온 세상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도상국으로 자랑해왔다. 사회구성체를 다양하게 갖추어야 할 조건과 덕목을 차지하고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우리의 어르신들은 부지런히 살아오신 결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천민자본주의의 속성들이 사회구석구석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그 동안 사람답게 살았느냐? 나라다운 나라를 지키고 있느냐?라는 질문과 반성이 되내이고 있다. 또한 나만 살면 그만인 우월적 이기주의의 잔재,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장제일 주의로만 달려온 개발과 발전의 결과물에 대한 그늘이 너무 깊게 패여 져 있다. 오죽하면 지금정부의 출발 슬로건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 자주 일어나고 있는 여러 지역의 화재사고를 바라보면서 우리사회 자본의 그늘진 구석, 그 행간을 바라보니 더욱더 가슴 아프다. 제천의 스포츠 센터 화재원인은 건물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보은등이 과열 추정으로 국과수 감정결과 밝혀졌다. 29명의 희생자를 내고서 그로 인한 시설물 안전관리 상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사고의 경우는 불법, 탈법, 불법구조물 설치로 적발되었음에도 그리고 3년 뒤에 검찰고발이 되어도 사회적으로 중간견제 장치가 작동되지 않아서 40여명의 희생자를 만들게 된 상황이다. 오늘 아침에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전기합선 추정으로 불이나 병원 내 환자, 보호자, 직원 등 300명이 긴급대피 했다는 소식에 또 한번 아찔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비단 우리가 살아가는 주거환경 또는 생활시설 환경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형국은 안전에 대한 희소가치가 더뎌서 맞게 되는 결과들이 더덕더덕 일어나고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야할 약속된 규범들이 일상적으로 지켜지지 않을 때 번번히 벌어진 사건 사고들이 우리의 안전 감수성을 훼손되어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어디 화재사고의 유형과 원인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의 생산 환경에서 펼쳐지는 사람 사는 의식주의 생활 모든 영역에서 안전사고의 유발가능성이 엄밀히 도사리고 있다. 국가제도의 부실함을 지켜보면서도 우리는 정치, 사회적으로 후진국이 아님에도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이 여실이 드러나고 있다. 자기가 경험한 지식과 경험만이 우월주의라고 강조한 탓에 타협과 협상이 부재하여 혼란에 혼란만 가중되어 역량 있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공유해나가는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론(생리적-안전-사랑과 소속-존경-자아실현 욕구)중에서 우리사회는 두 번째인 안전의 욕구를 제대로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사회공동체가 함께 살아가야하는 가치를 깊게 공유 하지 않는다면 형식적 안전주의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안전한 욕구를 누려야 할 현장은 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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