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고래광장 매화는 아직 피지 않았네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18/02/08 [17:21]
▲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평창 동계올림픽이 내일저녁 개막식을 시작으로 1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필자는 10대 후반 88서울올림픽을 목격했으나 당시는 사춘기 때라 올림픽이 지니는 의미를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됐다. 국제 스포츠 대전이자 국가의 힘을 과시하는 場(덧말:장)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번 평창동계 올림픽을 지켜보며 나라 안이 온통 사분오열된 데다 치열한 각국의 외교전까지 펼쳐지는 모습에 나라가 걱정이지만 담담히 기도하는 심정으로 바라볼 뿐이다. 약 보름 전 필자는 일행과 함께 울산대교를 굽어보는 장생포 회 센터를 찾아 점심을 먹었다. 그 바로 앞 선착장에 낚싯대를 드리운 두 명의 강태공은 작은 버너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잠시 후 라면을 드시나 했더니 홍합탕을 끓인 모양이었다. 홍합껍질이 그 옆에 널브러져 있었고, 술이 좀 취한 아저씨는 울산대교가 바라보이는 바다를 향해 문가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 거렸다.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탄식에 가깝다는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 마을을 찾아 갔다. 고래문화마을에는 3월 말 완공을 목표로 모노레일 공사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필자는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고래광장을 향했다. 10도가 넘는 햇살이 활동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선사했다. 고래광장에 오르니 추운 겨울이 슬슬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는지 바람이 그리 차지 않았다. 그러나 고래문화마을 매화는 아직 꽃피울 낌새가 전혀 없었다. 봄이 왔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곧 다시 찾아올 때는 물오른 매화나무 가지 끝에 탐스런 꽃 봉우리가 맺혀 "찾아주어 고맙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넬 테지. 그 곳에도 모노레일 공사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포크레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쁜 일손을 거들었다. 고래조각공원에 우람한 모습으로 전시된 대왕고래와 범고래ㆍ혹등고래ㆍ밍크고래를 차례로 찍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울산대교전망대는 거리가 멀어 손톱만큼 작게 보였다.


70~80년대 장생포 옛 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고래문화마을에서 필자는 인생살이가 고단해 술 에 취하곤 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냈다. 부두에서 무거운 짐을 하역하며 고생했지만 아버지가 한 달에 들고 오는 돈으로는 자식부양도 힘들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술을 마셨던 것일까. 하루치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의 양말을 벗기고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아버지 발을 씻기던 어린 막내는 어느덧 그 무렵 아버지의 나이였던 중년의 로맨스그레이가 돼간다. 세상 뜬지가 40년도 더 지난 아버지 시절의 문화와 유행이 고스란히 간직된 장생포 옛마을이 필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촉매제다. 그래서 자주 찾게 된다. 아버지보다 더 자식들을 아꼈던 어머니는 떡 담긴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용연바닷가 끝자락까지 가서 노점상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인근 공장에 나가 억세게 일을 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았던 우리 부모세대들의 노고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3천리 표` 짐자전거를 타고 부두까지 출퇴근했던 아버지와 척박해도 일거리가 있어 맞벌이했던 어머니의 고단한 노동이 자식들을 먹여 살렸다. 그 때는 집집마다 자식들이 어찌 그리 많았는지. 그래도 누나 형들이 동생들과 어울려 놀며 동생들을 부모대신 챙기고 키워냈다. 그때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요즘 그 시절에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부유한 조건들이 넘쳐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다들 인생살이가 힘들다는 하소연과 푸념은 여전하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나무들이 조만간 꽃들을 피울 것이니 또 한 번 희망을 가지고 전진할 일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8/02/08 [17:21]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