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이 어려워도 대학에 가고 싶다는 아들 소원 이뤄주려 학자금을 대출했는데, 설마 이렇게 부모까지 연쇄 파산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가구판매 영업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 한 남성(52) A씨의 말이다. A씨는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에 가겠다는 아들(27) B씨의 연대보증인이 됐다가 최근 B씨와 함께 파산했다.
B씨는 지난 2009년 오사카의 한 사립대에 입학했다. 졸업 후 직장에서 근무한 지 3년 반 가량이 흘렀지만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파산을 신청했다. B씨가 일본학생지원기구에서 대출받은 학자금은 총 800만엔(약 8000만원)이다.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B씨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은 월 20만엔 정도다. 도쿄에서 혼자 자취 생활을 하기 때문에 집세 등 생활비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학자금 대출 상환금 월 4만엔은 큰 부담이다.
B씨는 학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느껴 상환 유예를 신청하려 했지만, 연봉 300만엔 이하만 신청 할 수 있다는 일본학생지원기구의 조건보다 연봉이 조금 많다는 이유로 유예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연체가 3개월에 이르자 B씨는 파산을 선택했다. 아들이 파산하자 연대보증을 선 A씨에게 채무 변제 의무가 돌아갔다. 채무 변제에 어려움을 느낀 아버지도 파산을 신청했다.
12일 아사히신문에 의하면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파산을 신청하는 케이스는 돈을 빌린 본인 뿐 아니라 친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일본장학지원기구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지난 5년간 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총 1만 50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부모 및 친척 등 보증인이었다.
부모나 친척 등 보증인만 세우면 무담보?무심사로 빌릴 수 있는 학비가 부담이 돼 연쇄 파산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독립행정법인인 일본학생지원기구는 대학 등 진학 시에 학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담보 및 심사 없이 졸업 후 20년 이내에 분할해 상환하는 조건이다.
다만 채무자는 연대보증인(부모 중 한 명)과 보증인(4촌 이내)을 세우는 `인적보증` 및 보증기관에 보증료를 지불하는 `기관보증`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기관보증의 경우, 보증료가 학자금에서 공제된다.
일본학생지원기구에 따르면 2016년도 말 현재 이 기구에서 학자금을 빌린 후 상환하고 있는 사람은 총 41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학자금 상환을 못해 파산을 선택한 사람은 2012~2016년도까지 5년간 총 1만 5338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본인이 파산한 경우가 8108명(이중 보증기관이 보증한 경우가 475명)이었으며, 연대보증인과 보증인이 파산한 경우는 7230명이었다.
일본에서는 파산자가 감소하는 경향이지만, 상환을 못한 파산 건수는 연간 3000건 전후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