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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小確幸)` 찾기
 
오나경 서양화가ㆍ약사고 교사   기사입력  2018/02/19 [18:42]
▲ 오나경 서양화가ㆍ약사고 교사    

21세기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을 전에 없이 다양하게 제시했다. 심신의 조화로운 건강을 추구하자는 웰빙(wellbeing), 건강한 삶을 위해 여러 방식의 치유프로그램을 권유한 힐링(Healing), 친환경 중심으로 건강한 삶을 찾자는 로하스(LOHAS), 자연과 더불어 또 이웃과 함께 느리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자는 킨포크(kinfork), 불필요한 물건을 모두 버리고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자는 미니멀리즘까지... 이렇게 권유된 모든 삶의 방식은 모두 소박함에 가치를 두고 건강하게 살자는 취지로 지향된 것들이다. 다양한 양상의 산업화에 드라이브가 걸려 무한경쟁으로 인해 삶의 기본적인 가치와 의미에는 점차 둔화되고 있는 현대인에게, 경쟁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생활의 진짜 의미를 찾아 여유와 작은 행복을 추구하자는 의도로. 무수한 행복 담론 중 가장 최근에 남녀노소의 심상에 공격적으로 확산된 중요한 라이프 스타일이 하나 있다. 바로 `소확행(小確幸)`이다.

 

물질의 풍요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방향도 없이 달려가며 뒤돌아볼 수도 늦출 수도 없어 불행해 하거나 달려 볼 여건도 안 되고 달릴 힘조차 없어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내밀어진 위로의 카드다. 경제 저성장 시대의 불확실한 내일에 대응하여 오늘을 소중히 하자는 근간의 `욜로(YOLO)` 현상에 적자(嫡子)로 등장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당위성을 인정받는 궁극의 행복론이다.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에 대한 기준이 자신의 것이 확실한지를 확인하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해 자신이 주인이 되어 성찰하는 과정을 즐기자는 것이 `소확행(小確幸)`이다. 작년에 `욜로(YOLO)`를 사회적 트렌드로 지적했던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올해의 키워드로 "저성장 속 깊어지는 상대적 박탈감과 해체되는 소속감, 과도한 경쟁 등 암울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극복하기 위한 현상"으로 바로 이 `소확행(小確幸)`을 거론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부상할 소비 트렌드라고 진단했다.

 

대다수의 다른 소비 트랜드 전문가들도 현재가 불신, 불안, 불황이라는 `3불 시대`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와 더불어 `소확행`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으며, 김난도 교수는 또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옅어진 시대가 됐지만 사람들이 행복을 포기하지는 않기 때문에 작은 행복과 작은 희망을 찾아가는 경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향후를 피력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진작 행복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얼굴만큼 각기 다른 개인의 소망과 욕망이 이미 매우 다양한 기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친구 따라 가는 강남 간다는 발상은 이제 넌 센스이며 개인적 삶의 조건은 태생부터 상이해 행복조차 각자에게 필요하고 알맞은 분량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헛된 꿈이 허용되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소확행은 적어도 현실을 비관하거나 미래를 불신하는 패배주의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의 전용어로 표현하면 `헬조선의 `흙수저`라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란 의식이 부추긴 산물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부담스럽고 어두운 현실을 수동적으로 비판한 결과가 아니고, 작지만 내 현실 크기의 능동적인 삶을 지향하고 포지티브 에너지를 알차게 담은 각성이어야 한다.


소확행(小確幸)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의식과 실행은 세계 여러 곳에서 흔하다. 예전부터 아시아에서는 부탄식 행복이 인구에 심심찮게 회자되었다. 유럽에서도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프랑스식 소확행 `오캄`, 화려한 장식보다 허브 화분을 키우는 창가에서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스웨덴식 `라곰`, 시나몬 번에 담요를 두르고 장작불 앞에서 소박하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삶인 덴마크발(發) `휘게` 등... 이 모두의 핵심 가치는 작은 만족이었다. 이 트렌드들은 세계인의 소비문화 곳곳에 영향을 미치며 국경과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예전부터 전파하고 있었다. 필자 역시 이 트렌드들의 영향으로 번듯하게 꾸며놓았던 아파트 거실, 비싼 소파를 들어낸 자리에 책장을 만들고 늘 가까이 하는 책과 작은 안락의자 하나만으로 지금도 전에 없는 만족을 수시로 느낀다. 최근 미국에서도 `마이크로 산책`이 유행하고 있다. 집에서 100미터 이내의 근접한 일상 풍경을 마치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살피며 걷는 행위. 아마도 세계 일등과 로또 부자의 꿈을 꾸며 헛된 욕망에 빠져있을 때는 경험 못해 본 소소한 일상 속 여유를 극단적으로 즐기는 것이리라. 달팽이의 답답한 움직임이나 개미떼의 가소로운 대장정을 발견하고 쪼그려 앉은 얼굴 위로 자신도 모르게 가득 차오르는 미소.. 마이크로 산책에 나선 사람들은 그것이 소확행(小確幸)인 것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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