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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울산 삼동초등학교 김원돌 교장
태풍 `차바` 고통 후…대피훈련 실제상황처럼
 
허종학 기자   기사입력  2018/02/22 [18:49]
▲ 삼동초등학교 김원돌 교장    


 40년 11개월의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울산교육을 위해 열정을 쏟았던 울산 삼동초등학교 김원돌 교장은 후배 교사들에게 "제자와의 교감을 나누는 감동적인 수업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원돌 교장은 정년퇴임 후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싶다. 실버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그만의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마산교육대학교 졸업하고 지난 1977년 4월 1일자로 울산 청량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시작해 2014년 3월 1일 삼동초등학교 공모교장으로 4년을 채우고 2018년 2월 28일 정든 교단을 떠나는 김원돌 교장을 만나봤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데 41년 교직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아쉬움이 있다면.


가장 아쉬운 점은 젊은 시절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대화를 많이 못한 점이다. 워낙 단위 학급의 학생 수가 많을 때라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개개인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그 장점을 키워주지 못한 것이다. 학력증진이 무엇보다 강조된 시절이라 인성 쪽보다는 지식적 측면에서 가르치려고 한 점이 지금 돌이켜 보면 아쉬운 점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삼동초등학교에 공모교장으로 부임해 오면서 작은 시골학교를 살리는 것이 삼동마을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학교가 유일한 문화공간이자 살아서 움직이는 동적공간이기에 학교 발전에 촉각을 세워 체육관 및 신축교사 건립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선생님들과의 진정한 대화 및 인간적인 측면에서 관계형성에 부족함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한명의 아이라도 최고의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나의 생각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았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초등 신입생들을 볼 때마다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지금의 신입생들은 예전과 비교해 지적인면과 체격적인면은 성숙한 편이다. 그러나 행동이나 생활습관 면에서는 자기중심적이고 배려심이 부족하여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그로 인하여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의 본연의 역할보다는 갈등요인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유치원과는 다른 시스템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 경쟁의식과 자연스러운 서열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신입생을 둔 학부모님들은 이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아이들이 커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길 바라며 신입생 아이들에겐 우리 학교가 울산에서 가장 좋은 학교이다고 자랑하여라 한다고 말하고 싶다.


▲2016년 태풍 `차바` 당시 심정은.


2016년 10월 5일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 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태풍 `차바`는 순식간에 본교 1층을 휩쓸고 가버렸다. 만약 그때 비가 30분정도 더 내렸다면 아아 우리학교 전체가 물에 잠겨버렸을지도 모른다. 비가 그치고 학교를 돌아보니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재난 영화에서나 본 일이 우리학교에 일어났다. 전쟁터 같은 모습에 망연자실하였다. 하지만 곧 마음을 추슬렀다. 다행히도 인명피해가 한명도 없었으며 2층 교실은 남아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스스로 위로했다.


시교육청, 강남지원청, 인근부대원, 포항의용소방대,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의 손길로 학교는 진흙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록 1년이 넘었지만 그 당시 복구에 힘써주신 많은 분들에게 지면을 통하여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이들의 교육이 우선이기에 인근 면사무소와 중남초등학교에 분산교육을 시키고 복구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학교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만했다. 학부모들의 동의를 구하고 교육청관계자와 의논 결과 문수초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사실 이때의 나의 마음은 학교가 진흙 속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힘들고 아팠다. 시련은 또 다른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런 자연재해를 이겨낸 우리아이들은 자라면서도 고통과 시련에 대한 적응력도 생길 것이고 온실속의 아이들이 아닌 강건하고 내공이 깊은 아이로 자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걱정한 것과는 달리 우리 아이들은 먼 길을 통학하면서도 멀미한번 안하고 무려 8개월을 잘 견뎌주었다.


그리고 문수초를 떠나는 날 아이들이 나에게 `우리 학교로 돌아가게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여태껏 마음속에 참고 있던 말을 했다 난 돌아서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태풍 `차바` 이후 학교 변화에 대해.


처음부터 학부모님들과 지역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지만 사실 작은 소규모학교다보니 새로운 학교를 신축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많은 것을 앗아간 태풍을 직접 겪다보니 언제 또 다시 이런 자연재해가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교장인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문제였다. 누가 뭐래도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를 운동장 반대쪽에 성토해서 지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 9월1일 준공예정으로 현재 설계가 끝나고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태풍 `차바` 로 인해 시공 중이던 체육관 공사도 지난 9일로 개관식을 하고 신축교사도 다 지어지면 삼동초등학교는 명문학교로서 우뚝 서게 된다. 시설만 우수한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정신력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연재해를 직접 겪다보니 안전에 대한 의식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대피 훈련 실시 때도 실제상황처럼 능수능란하게 잘한다. 그리고 학교를 떠나 있다 보니 학교에 대한 사랑도 엄청나다.


자신의 집보다 학교를 더 사랑한다. 인내를 배웠으며 고통을 참는 법도 배운 그들이기에 자라면서 있을 수 있는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태풍 `차바` 는 많은 것을 쓸어갔지만 또 다른 많은 것을 선물했다.


▲2월 28일이며 자유인으로 돌아가는데 제일하고 싶은 것은.


40년 11개월을 무사하게 보내며 떠날 수 있음에 그동안 함께한 모든 이에게 감사드린다. 사실 학교의 규범 속에 있다 보니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도 부족했다. 자유인으로 돌아가면 정말 자유롭고 싶다. 2~3개월 정도 여행을 하고 싶다.인생 1막에서는 교육에 전념했다면 인생 2막에서는 내가 진정으로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고 싶다.   허종학 기자

울산광역매일 교육사회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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