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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회>임피역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8/02/25 [14:19]

저녁 통근열차가 떠나고 나면 오래토록
칙칙 거리고
푹푹 거리는 임피역

 

톱밥난로가에 서서 벽시계에
자주자주 눈길을 주던 촌로의 보따리며
내 남자를 군대에 보내는 찢어지는 가슴이며
쇠푼이나 지고 온다는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른기침 소리며
밤봇짐 싸가지고 도주하는 달수 형의 종종걸음이
추억의 순간들로 정지되어 버린 빈 대합실에는
늙은 역무원 홀로 남겨지고
속절없이 흔들리다만 삶이 녹슨 철길위에 누워있다

 

익산으로 군산으로
역명판의 화살표를 따라서
제각기 한 그릇의 밥을 찾아가는 사람들.
삶의 저편에서
달려온 기차를 타고 다시 저편으로 가버리면
내 지친 몸을 오래토록 맡기고 싶은 간이역
임피역

 


 

 

세월이 흘러도 가슴 한구석에 고향으로 떠오르는 간이역은 지금도 모자를 비딱하게 쓴 남학생이 있고 세라복을 입은 다소곳한 여학생들이 있다.

 

오일장에 가는 강아지도 있고 아들의 하숙집에 줄 쌀부대도 있다. 기차가 서지 않은 간이역은 늙은 팽나무와 녹슨 철길이 옛날을 증거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근대사의 상징물이자 추억을 흑백사진처럼 간직하고 있는 간이역 12곳을 문화재로 등록하여 영구히 보존하기로 했다.

 

예고한 간이역 12곳은 화랑대역(경춘선) 일산역(경의선) 팔당역(중앙선) 구둔역(중앙선) 심천역(경부선) 도경리역(영동선) 남평역(경전선) 율촌역(전라선) 송정역(동해남부선) 동촌역(대구선) 가은역(가은선) 청소역(장항선) 등으로 전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자가용이 대세고 KTX가 질주하는 요즘 세상이다.

 

간이역은 자꾸만 들어 갈 것이고 우리들은 젖은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삶은 빠른 것이 전부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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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25 [14:1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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