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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회>세상의 씨앗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8/03/11 [14:18]

한 사내가 꽃씨를 심었습니다
조석으로 물을 주고
들여다보면서
싹이 언제 올라오는지 궁금했습니다
사내는
단 삼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땅을 파헤치고 꽃씨를 확인했습니다
급한 성질머리에 돋은
쓸데없는 걱정이
결국 꽃씨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싹이 트는 일도
꽃씨가
꽃을 피게 하는 일도
하늘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의 모든 씨앗들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싹이 먼저가 아니라 뿌리가 먼저 나온다는
그걸 모르는
저 사내

 


 

 

씨앗은 수정한 씨방 속의 밑씨가 자란 것으로 생물의 번식에 필요한 물질로 종자라고도 하는 곡식이나 채소의 씨를 말한다.

 

볍씨는 나락이 되고 무씨는 무가 된다. 민들레 씨앗은 바람을 타고 어디든지 날아가 뿌리를 내린다.

 

말에도 씨앗이 있다. 한 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고 침묵이 금이 될 수도 있는 것은 말의 위력이다. 좋은 말은 좋은 일을 생기게 하고, 나쁜 말은 나쁜 일을 생기게 한다. 말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말하는 사람의 인간적 면모를 반영한다. 말을 꺼내는 순간 그가 지닌 도덕과 세계관과 윤리가 싹을 틔운다. 생각이 깊은 사람은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한다. 생각이 없는 사람은 생각하기 전에 먼저 말을 한다. 말을 하는 동안 그의 존재론적 가치와 정체성은 누군가를 향하여 뻗어 나간다.

 

말이 씨가 된다는 언어관 속에는 훌륭한 삶의 지혜가 들어 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 같아서 한마디 말이 천금과 같다`는 말이 아니더라도 무심코 뱉은 말의 씨앗은 칼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함부로 말할 일이 아니다. 좋은 말의 단단한 씨앗은 마침내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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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1 [14:1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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