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경북 구미 불산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총괄하는 기구가 없어 관련기관들이 제각각 움직였다. 그러다보니 사고현장에 어떤 독극물이 얼마나 유출됐는지 모른 채 경찰ㆍ소방병력이 투입돼 그들 중 일부가 독가스에 노출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 내려온 중앙부처도 한 군데가 아니어서 혼란만 부추겼다.
대형 안전ㆍ재난 사고일수록 통합적이고 직접적인 지휘ㆍ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동일한 사고를 수습하면서 정부 부처끼리 업무가 이중, 3중으로 중복돼 오히려 일을 더 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공공기관이 신속하게 사고 현장에 투입돼 사고를 처리해야 함에도 중앙부처에 일일이 보고하고 그쪽에서 지시를 내릴 때까지 기다리다 희생자가 늘어난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사고가 그 한 예다. 사고가 나자 해양경찰, 민간 잠수부, 심지어 해군 특수부대 까지 총 동원돼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배가 산으로` 가고 말았다. 기관마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바가 다르니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가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다. 그로인해 희생자가 더 늘었다는 비난이 빗발쳤고 결국 해양경찰이란 정부기관 하나가 없어진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대형 재난ㆍ안전 관리체계를 효율화 하는데 미온적이다.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나고 지방 주민들이 비난을 쏟아내면 잠시 짓시늉을 하다 얼마간 시간만 지나면 `모르쇠`로 일관한다. 주무부서 장관이나 정부 고위관리들이 울산에 들러 `지자체 안전관리 전담`에 동의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울산 국가 산단에는 40~50년 된 설비가 수두룩하다. 지난 1960년대 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무계획적으로 공장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이들 지역에선 언제든지 `제2의 텐진항`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하 관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지상관로는 부식된 부분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한 곳만 터지면 연쇄 폭발을 일으키고 만다.
멀리 있는 중앙부처가 이를 일일이 알 순 없는 일이다. 또 안다고 해도 당장 사고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자체만큼 절실하게 통합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사고를 사전에 점검ㆍ예방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려면 가까이에 있는 해당 지자체가 그들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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