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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지역의 美ㆍ中 패권 경쟁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기사입력  2018/03/15 [14:39]
▲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암스테르담은 16세기까지만 해도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그 당시 무역 중심지는 앤트워프, 브루제 등 네덜란드 남부(현재의 벨기에) 도시였다. 암스테르담의 발전은 네덜란드 독립전쟁(80년 전쟁)의 결과였다. 네덜란드는 16세기까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스페인은 가톨릭을 신봉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칼뱅파(派)를 비롯한 신교도가 우세했다. 스페인의 펠리페2세는 `가톨릭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네덜란드 신교도를 박해했다.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고, 자치권도 박탈했다. 신교도들은 반발했다. 산발적인 저항은 전면적인 항쟁으로 확대됐다. 네덜란드 북부 7개주는 1579년 신앙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위트레흐트 동맹`을 체결했다. 본격적인 독립전쟁이 시작됐다. 중간에 휴전을 하기도 했지만 무려 80년간 전쟁이 계속됐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을 체결하고 나서야 네덜란드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 독립 전쟁을 거치면서 네덜란드는 패권국가로 떠올랐다. 가장 큰 비결은 인재의 확보다.

 

네덜란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했다. 칼뱅파와 프랑스의 위그노 교도는 물론 유대인들도 네덜란드로 속속 모여들었다. 청교도들도 미국으로 건너 가기 앞서 네덜란드를 경유했다. 이들 이민자 가운데 상당수는 손재주가 뛰어난 장인(匠人)이나 상인들이었다. 풍부한 항해 기술과 경험을 갖춘 선원들도 많았다. 우수 인력은 기술 발전과 무역 확대를 이끌었다. 무역패권을 장악하려면 많은 배가 필요했다. 제재소를 통해 규격화된 목재를 대량으로 공급했다. 네덜란드의 조선업은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조선업과 함께 방위산업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청동 대포 대신 무쇠 대포를 생산했다. 무쇠 대포의 가격은 청동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안전도도 청동보다 훨씬 높았다. 네덜란드는 무쇠 대포 덕분에 해군력을 크게 강화했다. 네덜란드는 중계무역으로 떼돈을 벌었다. 유럽 무역을 주도했다. 프랑스 및 포르투갈 와인을 북유럽에 수출하고, 지중해 국가들을 대상으로 곡물을 팔았다. 1680년대에는 연 평균 1000척의 네덜란드 상선이 발트해를 오갔다.

 

활동반경은 아시아로 확대됐다. 동인도회사가 주역을 맡았다. 무력을 앞세운 교역 전략을 추진했다. 동인도회사 초대 총독 얀 피터르스존 쿤은 "무역 없이는 전쟁이 일어날 수 없고, 전쟁 없이는 무역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바스코 다 가마가 15세기 말 인도항로를 개척한 후 아시아 무역은 포르투갈의 독무대였다.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승자는 네덜란드였다. 일본과의 무역권을 빼앗은 데 이어 동아시아 무역 요충지 말라카도 점령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속속 네덜란드와 손을 잡았다. 아시아 무역을 좌우하는 패권국가가 교체됐다. 네덜란드의 독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영국은 크롬웰의 집권 이후 해군력을 더욱 강화했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군사력과 경제력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영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팍스 브리태니카` 가 막을 올렸다. 강대국이 새로운 패권을 추구할 때마다 국제 사회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강대국은 패권국에 버금가는 힘을 확보하면 자신의 국력에 합당한 대우를 요구한다.

 

반면 기존 패권국은 이런 요구를 무시한다. 요구를 수용하는 순간 주위에서는 패권의 와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오갠스키 전 미시간대학 교수는 국제 분쟁의 원인을 세력 균형이 무너지고, 힘의 축이 이동하는 `세력전이` 개념으로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도 세력전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나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아시아 중시` 정책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둘 사이의 마찰은 당연하다.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둘러싼 알력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헤게모니 경쟁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하지만 정면 대결은 피하려 한다. 서로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해프닝에서는 미국이 한 발 물러섰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설정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지나는 자국 항공사에 비행 계획을 중국 정부에 사전 통보하라고 권고했다. 요란을 떨었던 일본만 꼴이 우습게 됐다. 세력균형이 흔들릴 때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야 국익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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