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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유서희 수필가   기사입력  2018/03/21 [15:22]

 

▲ 유서희 수필가    

"선생님은 나무가 왜 좋아요?" 길을 걷다가 그녀가 물었다. `그냥 나무가 좋아요`라고 입버릇처럼 대답했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막상 대답 하고 나니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반문을 하게 되었다. 나는 왜 나무가 좋은 것일까. 나무는 뿌리를 가졌고 무성한 잎을 피워낼 수 있으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리고 줄기가 있다. 우람한 나무의 줄기를 안으면 좋은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무에게서 심신의 편안함과 치유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나무는 아낌없이 준다는 점에서 어쩌면 내가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가 될 것 같다. 뿌리부터 열매까지, 어린 나무에서 고목이 되기까지 오롯이 주기만 한다. 잎을 무성히 피워 그늘을 주고 열매와 시원한 바람을 준다. 죽어서도 장작이 되어 온 몸을 불살라 우리에게 유익함을 준다.


좋은 나무가 되기 위해선 뿌리를 튼튼하게 내려야 한다. 잎이 지고 가지가 꺾어져도 뿌리가 살아 있으면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나무에게서 뿌리는 생명 그 자체다. 뿌리의 의미로 역사를 이야기 하고 큰사람이 됨을 뿌리의 튼튼함으로 비유한다. 처음 시작의 의미를 가지기도 하며 어떤 일의 시작과 성공 여부를 뿌리의 건강함과 깊이를 말한다. 뿌리가 무성하고 튼튼하면 어떠한 비바람이 불어도 견디어 낼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나무와 같다. 생각과 의지가 굳건하면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다. 뿌리는 의지이며 생각이다. 어렸을 때, 노예 출신 미국 흑인 가문의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뿌리`라는 영화 가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자손 4대가 어떻게 쿤타 킨테의 정체성을 이어왔는지를 7대손인 `알렉스 헤일 리`가 1900년대에 소설로 각색한 작품이다. 그런데 작년 추석 특선 영화로 다시 보게 되었다. 


1700년대 쿤타킨테는 캄비아 지역, 만딩카 부족의 유서깊은 킨테 가문의 맏아들로 태어나 왕의전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다가 영국노예상인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간다. 농장주인의 아내로부터 `토비`라는 새 이름을 받게 되지만, 쿤타킨테는 밤새 채찍을 맞으면서도 그 이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름에는 자신의 정체성이 담겨있다고 믿는 쿤타킨테였다. 그는 고향에서 전사교육을 받을 때 `전사의 의무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가정을 이루어 자손에게 정체성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그는 대답한다. 이 대목에서 자신과 가문의 정체성에 대한 쿤타킨테의 뿌리 깊은 의지를 알 수 있었다. 40여년이 지나 새롭게 보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학대 속에서도 정체성과 자유를 향한 탈주를 멈추지 않는 쿤타킨테의 모습이 나의 정신적 성장과정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깨달았다. 


밟으면 밟을수록 더욱 푸르게 되살아나는 풀을 좋아하는 것이 그렇고 키 낮은 제비꽃과 민들레를 좋아하는 것도 그러하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을수록 굴하지 않고 희망을 생각하는 긍정의 힘이 어쩌면 그 때부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밝고 건강한 웃음을 가졌다는 말을 듣지만 요즘 나의 나무가 흔들리고 있다. 웬만큼 큰 일에도 초연한 편이었으나 오춘기를 겪는지 나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노년까지 세밀하게 세웠던 미래는 뿌리없는 삶 같이 느껴지는 현실 앞에선 모래 위에 그렸던 바닷가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해 내 삶의 열매가 부실한 것일까. 열심히 달려 왔다고 생각했는데, 늘 척박한 땅에 힘겹게 뿌리 내렸으므로 내 삶의 나무는 뿌리가 튼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매화향기로 봄날의 풍경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지만 바람은 연일 세차게 불며 꽃잎을 떨구고 있다. 모진 추위와 고난을 이겨낸 나무에서 피는 꽃이 더욱 아름답듯 이 바람이 그치고 나면 나무는 더욱 아름다운 꽃잎을 피우리라. 모진 비와 바람을 견디어 낸 나무가 뿌리깊은 나무가 되 듯 내 삶의 나무도 그러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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