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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人間)의 격(格)
 
오나경 약사고 교사·서양화가   기사입력  2018/04/16 [17:04]
▲ 오나경 약사고 교사·서양화가    

요 며칠 사이, 필자는 불과 몇 년 전 언론을 통해 딸자식의 허물에 용서를 구하던 머리 허연 한 아버지의 모습을 자주 떠올렸다. 이른 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불리던 재벌가 자녀의 근거 없는 갑질 행태로 대한 항공 조양호 회장이 초췌한 모습으로 언론의 플래쉬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던 모습, 도대체 부모가 자식으로 인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경우가 그리 흔한 일이던가. 그런데 며칠 전 바로 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가 세계 항공 업계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무색하게 대한 항공 오너 일가는 또 한 번 국민들의 비웃음과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오너의 또 다른 자녀가 이번에는 물컵, 쌍욕 사건으로 국민들의 혈압을 오르게 하고 대한항공은 즉시 주가가 곤두박질쳤으며 당연히 국민들의 비난과 함께 외신에 까지 소개되어 전 국민을 수치스럽게 하는 형국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남다른 부를 획득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내면을 믿기보다 현금이나 자동차 같은 물질을 자신의 인격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또는 지위가 인간의 격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돈도 물건도 인간이 만든 것이고, 모든 인간은 기업체 오너이거나 정치 권력자이거나 소시민이거나 경제적 무능력자이거나 간에 각자의 역할과 능력이 다를 뿐이다.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구분되어 다른 종과 달리 특별히 대우받아야 하는 인격은 우리 인간 모두가 너나없이 소유하고 동등한 격을 가진 각자의 고유 권한인데 왜 그 점은 자주 간과되는 것일까. 물질이 인간의 격을 가늠하는 듯한 의식과 태도는 일찍이 선진화된 서구의 대다수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의식이 선진화된 나라에서는 인간이 올바른 정신을 무기로 할 수 있는 모든 형이하학과 형이상학의 위에 존재하는 활동은 물질의 활용이 아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는 행위`라는 것이 정설이 되어 있을 뿐이다.

 

하여 부를 축적한 사람일수록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제일 존귀한 행위가 봉사이며 가장 훌륭한 마음 씀씀이가 도네이션(기부)임이 인간 세상의 당연한 가치가 되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거론하는 인격이란 `인간이 실천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추구해야 할 도덕적인 품성을 의미하지 않는가. 서양 철학에서는 인격을 `이성적 본성을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실체`로 보고 이성 개별성, 실체성의 세 요소를 인격 개념의 핵심 요소로 제시하며 사랑, 의무, 도덕성을 인격의 요소로 포함하기도 한다. 활동적인 주체성으로서 도덕적 책임을 가진 존재라는 점이 강조된다. 또한 자립적인 정신을 가진 존재이며 다른 모든 것과 구별되는 존재이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존재임이 특성이라 한다. 동양에서도 인격은 같은 의미이며 도덕성을 더욱 더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격을 지닌 사람이란 존재가 짐승과 제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의 욕심이나 생존을 위해 마구 발톱을 휘두르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한 항공 오너 일가가 보여 준 유치한 해프닝은 동등한 권한을 가진 한 인격이 다른 인격에게 인격의 기준이 물질인 것으로 도착(perversion)하고 짐승 수준으로 마구 발톱을 휘둘러 타인에게 무분별하게 상처를 입힌 인격적 오류의 표본이다. 전라도 방언을 빌면 `싸가지 없음`이고 문자를 쓰자면 근거 없이 왜곡된 특권 의식이거나 무지(無知)하게 길들여진 천민자본주의 노예들의 짓거리다. 교육적인 견지에서 보면 흔한 말로 인성교육의 부재로 인격이 성숙하지를 못했다는 결론인데 이 시점에서 필자는 `인간은 교육을 통해야 인간다워 질 수 있는 존재다`라는 독일 철학자 칸트의 말을 또 다시 떠올리며 교육의 책임이 있는 부모와 교사도 모두 천민자본주의에 굴하지나 않았나하는 의심까지 해 본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경험하면 필자는 가슴에 통증이 온다. 가속 페달을 있는 대로 밟아 지금은 선진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이 나라 차제에 정서교육, 인성교육을 담당한 일선 교육자로 있으면서 경제 선진국일 때 문화 선진국이 되도록 크게 도움되지 못했다는 자괴감의 동통이다. 무릇 인간이란 존재가 인격체로 완성되기 까지는 교육의 역할과 책임이 수반되어야 하고 필자는 36년간 감수성 예민하고 지적 용량이 극대화되어 있는 시기의 청소년 교육을 수행해 온 사람이니 은연중에 책임감이 발동하는 것이다. 재벌 삼세들의 갑질 행태를 보면서 전후(戰後) 먹을 것 없던 시절 열악한 경제 환경 속에서 돈과 권력을 가난한 현실 타파 방안으로 생각했던 조악하고 저급한 물질문화를 아직도 끌어안고 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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