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黨에 고마움을 느꼈다. 위기에 처한 黨을 구하는데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얼핏 들으면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 반대다. 울산 동구 어느 기초의원이 이번 6ㆍ13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그것도 2선 의원이 기꺼이 자리를 내 놓으면서 한 말이다.
그날 울주군 자유 한국당 기초의원 예비후보들은 공천 배정 기호에 불만을 품고 지구당협의회를 향해 삿대질을 해 댔다. 기존 기초의원이 당연히 `가나` 순번에서 `가`를 받아야지 왜 신참에게 `가`를 주느냐는 것이었다. 기초의원 선출에 큰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은 투표에서 기호 2번 후보보다 1번 후보에 기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또 같은 번호에서도 `나`번 후보보다 무심코 `가`번 후보에 도장을 찍는 일이 잦다. 따라서 `나`번 보다 `가`번 번호를 배정 받으면 그만큼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몇몇 자유 한국당 울주군의원 예비후보들이 어딘가를 향해 성토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당과 동료들을 도와주라며 경선을 포기한 당사자인들 어찌 할 말이 없겠는가. 2선 의원인 자신을 배제하고 정치신인을 그 자리에 배정하는데 어느 누가 속이 뒤틀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大를 위해 小를 희생시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울산 동구는 현재 조선불황으로 이전 여당이었던 자유 한국당이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의 화풀이 깜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업의 잘못이 몽땅 지방선거 한국당 예비후보들에게 멍에로 넘어가는 중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한국당 후보들이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당이 공천을 주지 않으면 금방 뛰쳐나와 이런 저런 비난을 퍼부으며 해코지하는 게 정치판의 생리다. 어제까지 한 솥 밥을 먹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며 원수가 되는 행태도 선거판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신성해야 할 선거가 선거판이 되고 신뢰가 생명인 정치가 정치판으로 변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판` 속에서도 `아름다운 뒷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黨과 동료들을 구하는 용기를 보여 준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런 정치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울산 동구의회 박은심 의원은 6ㆍ13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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