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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약자만 울리는 금리 인상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기사입력  2018/04/19 [15:19]
▲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은행에서 10만 달러를 빌리면 은행에 이리저리 휘둘린다. 하지만 1억 달러를 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은행을 떡 주무르듯 할 수 있다." 미국 금융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은 영리하다. 함부로 대마(大馬)를 만들지 않는다. 설사 대마(大馬)를 만들더라도 통제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악착같이 덤벼든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이 죽는다. 시티뱅크, 체이스 등 선진국 은행들은 70년대 초 `1차 오일 쇼크`가 벌어지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가만이 앉아 있는데도 뭉칫돈이 들어왔다. 오일 머니(oil money)가 봇물처럼 유입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973년 10월 "원유가격을 17%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OPEC은 "이스라엘이 아랍 점령지역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회복될 때까지 매월 원유 생산량을 5%씩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산 원유 가격은 73년 초 배럴 당 2달러 중반에서 1년 만에 11달러 중반으로 4배 이상 뛰어올랐다. 산유국들은 돈을 갈퀴로 긁었다. 이들은 유동성 관리가 어려워지자 선진국 은행에 앞다퉈 돈을 예치했다. 시티뱅크 등 선진국 은행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예금이 많이 들어온 만큼 어떻게든 운용 대상을 찾아야 했다. 마침내 좋은 대상을 발견했다.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이었다. 중남미 국가들은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 대대적인 산업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국내 저축이 부족한 탓에 해외 차입에 의존했다. 선진국 은행과 중남미 국가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선진국 은행들의 대출은 1975년부터 1982년까지 매년 평균 20% 이상 늘어났다. 중남미 국가들의 외채는 같은 기간 동안 750억 달러에서 3150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부채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이들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육박했다. 마침내 올 게 오고 말았다. 미국과 유럽은 1978년 2차 오일 쇼크 이후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가 오르자 중남미 국가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크게 확대됐다. 세계경기 침체 여파로 중남미 국가들의 자원 수출도 감소했다. 이들은 추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멕시코가 가장 먼저 백기를 들었다. 헤수스 에르조그(Jesus Herzog) 멕시코 재무장관은 82년 8월 "채무를 상환할 수 없다"며 대출 만기 연장을 요구했다. 브라질 등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했다. 선진국 은행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일단 대출을 제공하면서 조건을 강화했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을 끌어들였다. IMF는 채무 조정에 나서면서 중남미 국가들에게 긴축 프로그램을 요구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잃어버린 10년`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재정 지출 억제로 인프라는 미완성 상태로 방치됐다. 성장 둔화 속에 물가는 다락같이 올랐다. 근로자의 실질 소득은 크게 줄어들었다. 긴축의 수레바퀴는 약자를 깔아뭉갰다. 없는 사람들의 삶이 한층 더 고단해졌다. 중남미 국가들은 IMF의 요구에 따라 복지 지출을 축소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및 식량 지원도 중단됐다. 중남미 국가들의 마약 거래가 늘어난 것도 이 때부터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었다.


비가 오면 은행은 우산을 뺏는다. 그게 은행업의 본질이다. 은행도 빚쟁이다. `자산`은 회계용어일 뿐이다. 대부분 남의 돈이다. 빚쟁이가 빚 독촉에 시달리면 자신의 채권을 먼저 회수한다. 은행도 대출 고객을 봐주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받아낸다. 그게 은행이 사는 법이다. 이를 게을리하면 신용질서가 붕괴된다.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한다. 14세기 중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고객의 자금인출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은행장을 참수하기도 했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으로 늘어났다. 소득에 비해 부채 증가 폭이 너무 크다.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경색이 벌어지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바깥 사정도 녹록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장은 올해 안에 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금경색이 벌어지면 은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가계가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 금융위기는 언제나 경제적 약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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