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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필요한 이유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기사입력  2018/04/22 [14:40]
▲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서생(書生)은 줄을 잘 서지 못한다. 이기는 쪽에 붙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예리하다. 하지만 이해관계에 대한 감(感)은 떨어진다. `현실`보다는 `당위성`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이다. 로마 최고의 시인(詩人) 호라티우스도 그랬다. 그는 브루투스를 선택했다. 브루투스는 동지들과 함께 카이사르를 암살했다. 카이사르가 공화정을 뒤집고 왕정을 세울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호라티우스는 대의(大義)를 위해 브루투스 편에 섰다. 호라티우스도 왕정에 대해서는 적개심을 표시했다. 선택의 결과는 참담했다. 아우구스투스는 양아버지 카이사르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 또한 카이사르처럼 왕정을 꿈꿨다. 아우구스투스는 안토니우스와 동맹을 맺고 브루투스를 격파했다. 브루투스는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패자(敗子)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호라티우스는 일단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알거지로 전락했다. 재산은 모두 몰수당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다.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새로운 길이 열렸다. 동료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소개로 마이케나스를 만났다. 마이케나스는 호라티우스를 아낌없이 후원했다. 호라티우스가 문재(文才)를 활짝 펼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이케나스는 그 당시 최고의 실세였다. 아그리파와 함께 아우구스투스의 안정적 통치를 뒷받침했다. 아우구스투스는 군사 문제는 아그리파, 외교는 마이케나스에게 맡겼다. 마이케나스는 특이한 삶을 살았다. 양지(陽地)로 나올 수 있었는데도 평생 아우구스투스를 위해 그림자 인생을 살았다. 공식 타이틀을 맡지 않았기 때문에 그 흔한 조각상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 당시 분위기에서는 대단한 `자기 희생`이었다. 로마 지도층은 공직을 `최고의 영예`로 여겼다. 절대 권력은 `칼`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 자신의 힘이 부족할 때는 더욱 그렇다. 마이케나스는 아우구스투스를 위해 밀사(密使) 역할을 전담했다.


카이사르는 아우구스투스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카이사르가 갑자기 암살당하는 바람에 아우구스투스의 입지는 불안했다.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함께 권력을 공유할 수 밖에 없었다. 레피두스에 이어 안토니우스를 쓰러뜨리기 위해 세력을 키워야 했다. 이 과정에서 비밀 교섭은 필수였다. 마이케나스는 최고의 적임자였다. 그는 정확한 현실 인식 능력에다 균형 감각까지 갖췄다. 깊은 교양으로 상대방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우구스투스의 속내도 잘 읽었다. 마이케나스가 공직을 맡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공직을 맡으면 행동반경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마이케나스는 아우구스투스를 위해 그저 막후(幕後) 참모에 만족해야 했다. 아우구스투스는 안토니우스를 제치고 마침내 절대권력을 손에 넣었다. 비밀 교섭의 필요성은 사라졌다. 마이케나스의 변신은 불가피했다. 아우구스투스는 그에게 문화와 홍보를 맡겼다. 그의 교양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호라티우스나 베르길리우스같은 문인(文人)들을 적극 후원했다.

 

호라티우스에게는 장원(莊園)을 통째로 내줬다. 먹고 사는 걱정은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호라티우스는 그저 시(詩)를 쓰는 데만 전념했다. 마이케나스는 죽으면서 모든 재산을 아우구스투스에게 넘겼다. 호라티우스도 유언을 통해 "죽으면 마이케나스 무덤 옆에 묻어달라"고 당부했다. 그 또한 자신의 장원을 황제에게 기증했다. 마이케나스는 메세나의 원조다. 메세나는 기업의 문화 예술, 스포츠에 대한 지원활동을 가리킨다. `메세나`라는 이름 자체가 마이케나스에서 따온 것이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남는 장사`다. 당장은 돈이 들지라도 영원히 역사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길 수 있다. 굳이 중세의 메디치(Medici) 가문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록펠러는 `록펠러 센터`, 카네기는 `카네기 홀`로 주로 기억된다. 노동자 탄압, 협박을 통한 경쟁 제한 등 온갖 비행에도 가혹한 평가는 면했다. 적극적인 기부와 메세나 활동 덕분이다. 돈은 멋있게 써야 한다. 그래야 악착같이 번 보람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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