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 업체인 루살(Rusal)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폭등세를 이어오던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한때 알루미늄 가격이 10% 이상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23일(현지시간) 루살과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들이 이를 청산해야 하는 시점을 기존 6월 5일에서 10월 23일로 연기했다.
미 재무부는 또 러시아 정부와 밀접한 관계인 올레크 데리파스카 루살 회장이 자신의 루살 지분을 청산할 경우 제재를 완화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루살에 대한 미 재무부의 제재 완화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이날 알루미늄 가격은 급락세를 보였다. WSJ 보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3개월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7%가량 떨어진 t당 229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8년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FT는 이날 아침 t당 2535달러에 거래되던 알루미늄 가격이 장중 한때 2237달러로 10%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뉴욕에서 팔라디움 가격도 4.9% 떨어졌다.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의 주가는 14% 떨어졌다. 이는 2009년 이래 최대 낙폭이다.
미 재무부가 루살에 대한 제재 완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설득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로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자, 자동차, 항공우주 등 유럽 핵심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우리의 파트너들과 동맹국들에 대한 충격이 이번 결정을 하게 된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루살은 올레크 데리파스카와의 연관 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정부는 루살과 그 하청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 러시아 추가 제재 명단에 루살의 이름을 올렸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지원한 러시아를 제재한다는 명목이었다. WSJ는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 이후 알루미늄 가격은 무려 8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세계 2위 알루미늄기업인 루살은 전 세계 알루미늄 시장의 6%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유럽과 미국은 알루미늄을 둘러싸고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대통령 포고령을 내렸다. 이후 유럽산 제품에 대해선 내달 1일까지 유예기간을 뒀지만 알루미늄으로 인한 미국-유럽 간 무역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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