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무늬 정지선을 검은 타이어가 휙 지나간다 출근길 2차선 밖으로 속도를 줄인 흰 소나타, 골 깊은 평리 금계국을 여는 검은 그림자
곡哭소리 멈춘 하지夏至, 흰 개망초 만발한 칠월 길가 커튼을 친 리무진, 고요가 가득하다
여름이 열리고 자궁이 열리고 창이 열리고 천국 계단이 내려오고 곡소리 올라가는 주둥이 긴 검은 리무진 흰 눈썹 날리며 천국으로 간다, 간다
구름 같은 삶을 살았는지 간곡한 그 무엇, 사리처럼 남겼는지 어딜 가는지 뒤를 따르는 여기, 가슴이 아직도 채 열리지 않은 세계에서 난,
속도를 늦춘다 생의 마지막 선율이 축제처럼 흐르는 아침
출근길이다. 대곡 박물관까지 가려면 여러 신호등을 지나야한다. 정지선이 가까워 오자?뒤에서 흰 운구차가 정지선에 먼저 닿는다. 어디로 가시는지, 삶은 어땠는지, 간곡한 그 무엇을 남기셨는지, 금계국이 핀 초여름의 길목 홀연히 먼저 떠나는 저 운구를 보며 나의 삶을 뒤돌아본다. 속도를 늦춘다. 라디오에선 축제의 아침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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