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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에 꽂힌 명함
 
임일태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무역경제학부 겸임교수   기사입력  2018/05/01 [15:32]
▲ 임일태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무역경제학부 겸임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미국의 선물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방문 기념으로 한국에 무엇인가를 선물하고 싶다고 필요한 것을 말해 달라고 했다. 미국의 연방표준연구원과 같은 과학연구소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즉석에서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서 지금의 연구소가 들어서게 되었다. 연구소가 완성되자 미국에서 준공기념으로 뉴턴의 사과나무를 한국과학 발전을 기원한다는 명분으로 선물 했다. 지금은 연구원의 상징물이기도 한 이 뉴턴의 사과나무는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한 영감을 얻은 사과나무의 4대손이 되는 사과나무다. 연구원 시설인 하드웨어와 함께 미국의 산업표준을 준용한 한국의 산업표준의 제정이라는 소프트웨어까지 선물 받은 것이다. 뉴턴의 사과나무는 이 큰 선물에 꽂힌 명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선물이 감사와 존경을 담아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면, 선물에 꽂힌 명함은 선물한 사람을 잊지말아달라는 표시가 아닐까. 살면서 선물도 주고받지만 선물에 꽂힌 명함도 주고받는다. 지인의 집에 선물상자를 두고 오면서 명함을 꽂아두지 않은 것이 늘 마음에 걸리던 적이 있었다. 선물을 잘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속이 보일 것 같고, 그렇다고 누가 선물을 한지도 모르게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선물을 한 것을 상대가 모르면 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축의금이나 부의금의 봉투에 이름을 쓰는 것을 잊어버린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어린 시절 미국이란 나라는 무조건 좋은 나라, 국민이 한없이 행복한 나라, 세상에서 제일 좋은 물건만 만들어 사용하고, 천사같이 어진 사람들만 사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이 준 원조품이란 선물 때문일 것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마케팅시간에 들은 이야기는 과히 충격적이었다.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군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기브 미 켄디, 기브 미 검, 기브 미 초코렛." 하면 던져주던 사탕 검 초콜릿은 미국 사탕수수 협회의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단다. 사탕수수협회에서 한국의 아이들에게 설탕의 맛에 근이 베게 만들어 한국 소비자가 영구적으로 설탕을 미국에서 수입해 먹도록 만든 전략이었다는 것에 그들의 명함 상술에 놀랄 뿐이었다. 초등학교 때 이부제 수업을 했다. 교실이 턱없이 모자라서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실시하였고 그도 모자라 합반을 하는 날도 많고 운동장에서 수업을 할 때도 많았다. 얼마가 지났을 때 교사 뒤편에 생전 처음 보는 콘크리트 건물이 완성되고 난 어느 날 오후였다. 운동장에 전 학년을 급하게 모아놓고 코가 크고 머리가 노란 키 큰 신사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연설을 들어야만 했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박수를 치자 그 신사는 교장선생님에게 넓적하고 큼지막한 네모난 물건하나를 전하고 갔다. 그 것은 글자가 새겨진 동판이었다. 동판은 새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건물에 부착되었다. 알 수 없는 글자가 양각되어있고 그 아래에 작은 글씨의 `미국의 원조`라는 글자만 읽을 수 있었다. 콘크리트 교사(校舍) 선물상자에 꽂힌 명함이었다. 우리 학년이 신축 건물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곳이라 신발주머니도 필요 없고 신발을 잃어버리는 일도 없어졌다.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교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만으로도 미국에 감사해야할 일이었다. 청소당번이 되면 항상 푸른 가루를 헝겊에 묻혀 명함을 반짝반짝 빛나게 닦는 일이 모든 청소의 우선이었다. 선물 자체보다 선물에 꽂힌 명함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선물에는 선한 마음이 담겨져 있지만 선물에 꽂힌 명함에는 선한 마음과 함께 사악한 마음까지도 담겨있지 않을까. 명함이 목적이 되고 선물이 수단이 될 때 그 순수함을 잃어버린다.  삶 또한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기도 하고 선물에 꽂힌 명함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선물에 마음을 담아 전하는 것보다 명함을 꽂는 것에 열성적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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