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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눈물
 
고안나 시인   기사입력  2018/05/01 [15:34]

덧없다 느껴지는 순간
이미 죽었을지 모르는
내가 흘리는 눈물인지 몰라
삶이란 어차피 착각이지
겹겹이 쌓인 몸
두드리는 소리
떨리고 벗어지고 쪼개지고
두 손은 훨씬 심술궂지
모조리 다 보여줄 수 없는
간직해 두고 싶은 꿈
고통 없이 끝내고 싶었던 나는
이미 죽고 말았는지 몰라
꽃봉오리 하나
밀어 올리지 못한 나 위해
당신, 울어줄 수 있는가

 


 

 

▲ 고안나 시인    

우리는 그동안 양파를 까는 사람만이 눈물을 흘린다고 여겨왔지만, 그 눈물은 실은 양파가 흘리는 "눈물"이라면, 양파의 깊은 탄식의 목소리는 인간에게 희생당하는 모든 생명체를 떠올리게 만든다. 양파는 이 세상에 태어나 식재료의 하나쯤으로 생을 마친다. 인간의 먹거리가 되는 운명이기에 애초부터 "이미 죽었을지 모르는" 존재이다. 하나의 생명체로써 자신의 "꽃봉오리 하나 밀어 올리지 못한" 양파의 절망감을 우리는 생각하지 못했다. 양파는 자신의 존재가 "떨리고 벗어지고 쪼개지고" 해체되는 것을 생생히 느끼고 있다. 이런 양파의 모습과 인간의 "두 손은" 대조를 이룬다. 이 두 손에는 바로 인간의 탐욕과 오만함, 생명체에 대한 무감각이 나타나 있다. 지구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최고 단계에 있는 인간은 가장 비정한 포식자이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먹거리가 되어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 특히 가축화된 동물들은 그들의 타고난 수명을 누릴 수 없다. 공장식 사육으로 고통스럽게 일정 기간을 살다가 도축되어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보이지 않는 양파의 목소리는 먹거리가 되어 소비품으로 전락해버린 생명체들을 대변한 것이다. 인간의 눈물만을 생각해왔던 우리는 역발상으로 양파의 눈물을 만나며 양파의 슬픔을 통해 우리에게 헌신하고 사라져 간 생명체들의 슬픔을 환기한다. 양파는 무수한 사물들의 눈물이 하나로 응집된 가장 큰 눈물방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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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1 [15:3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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