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7월 6일 유럽으로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출발해 독일-네델란드-벨기에로 가는 중 유럽 10개 나라가 `하나의 유로화`로 결합된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네델란드로 가는 국경에 작은 경계와 경비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떤 나라도 자기 땅이라고 경계표지를 세웠거나 검문을 하거나 잠시라도 어디로 무엇을 위해 가느냐고 묻는 경비병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냥 "독일"-네델란드"-벨기에" 라는 작은 표지판만 세워져 있었을 뿐이었다. 대한민국 최전방 철조망 앞에서 3년6개월 군 생활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신비스럽고 이해할 수없는 모습이었다. 그다음날 프랑스, 스위스, 체코까지 가는 길에도 마찬가지였다.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에서 37년째 살고계신 한 장로님을 만나 그분께 질문했다. 가정집도 담이 있고 구분해서 사는데 어떻게 나라와 나라가 담을 넘는데 아무런 경계도 제재도 받지 않고 남의 나라를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유로화가 될 때 하루아침에 간단히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랜 세월 동안 도로는 어떻게 할 것이며, 무역은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심한 끝에 이뤄진 결과라고 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국방, 기타 모든 것을 오랜 세월에 걸쳐 대화하고 조율해서 일궈낸 결과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그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대화` 였다. 그 순간 우리나라가 떠 올랐다. 155마일의 철조망. 남도 북도 아닌 비무장의 땅. 이것들을 거두어 내고 언제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마음이 무거웠다. 마음의 벽이 굳게 닫힌 북한을 어느 세월에 대화로 이끌어 평화의 나라로 만들 수 있을까. 꿈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처럼 서로 대화만 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희망을 가졌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생각만도 아니고 꿈도 아닌 역사적 장면을 지난달 27일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를 위해 많은 말들을 했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을 것이다. 비무장지대에 평화 공원을 조성하자.
무엇보다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약속만 하고 글로 남긴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실천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자신은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겠다. 평양냉면 이야기, 남북한 서로를 위한 수많은 말들이 오갔다. 오후 무렵 남북정상 여사들의 만남이 있었고 정상 내외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중 북한 리설주 여사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어 부끄럽습니다"며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가장 공감(共感)이 가는 말이었다. 돌이켜 보면 평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아무것도 한 일이 없어 부끄럽습니다." 는 말밖에 없다. 반공만 알고 말하고 행동하고 살았지 평화의 가능성까지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평화로 가는 길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그저 남북이 하나 되어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기원을 올렸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리설주 여사의 "아무것도 한일이 없어 부그럽습니다"라는 말이 그렇게 정겹게 들릴 수 없었다. 두 정상이 만나 대화하는 방송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어릴 적 뜻 모르고 그렇게도 애타게 불렀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란 노래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남북 평화를 위해 아무것도 한일이 없어 부끄럽지만 김정은위원장의 말처럼 제발 약속만 하고, 글로만 남기지 말고 실천하여 8천만 동족 앞에 유구한 선물을 남기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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