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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이 말을 걸다
 
장유정 시인   기사입력  2018/05/02 [17:56]

아버지는 오랫동안 그늘을 접고 다녔다.
마을엔 솔 씨가 날아들었고
푸른 깃털 같았다.

 

목질단면이 이 산 저 산을 옮겨 다녔다
바람은 한 나무에서 오래 흔들리지 않는다
아버지는 남녘에서 서쪽의 창을 다는 목수
첨아에 기대어 사는 것들,
계절 없이는 집을 짓지 못한다.

 

머지않아 완성될 중창불사,
기슭의 접착력으로 터를 다지고 높은 보에 휘는 방향으로 서까래를 맞춘다.
추운 바람으로 기와를 얹고
제비는 빨랫줄에 앉아
흔들릴 것 다 흔들린 다음에야 집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의 탁란은 늘 곯아 있었다.

 

그리고, 나무의 기둥이 침엽수에서 활엽수로 옮겨지는 때
연필 물고 높은 외줄 타듯
먹통에서 안목치수를 표시했다.

 

나무문을 지난다.
얇은 바람이 깔린 마루에 눕는다.
앞가슴에 꽃살문 새겨 넣듯
그 문 삐걱거리는 소리인 듯 붉은 깃털 떨어져 날아다닌다.
침엽의 그늘이 말을 건다.

 


 

 

▲ 장유정 시인    

일주일에 주말만 집에 온 아버지는 제비처럼 우루루 어린 새끼들이 곤히 잠든 저녁에 오셨다. 철없이 어린 자식들을 위해 밤낮없이 먼 길을 자처했던 직업, 큰 대문이 이른 저녁에 닫히고 귀가가 늦은 아버지를 기다리다 잠든 내가 기척을 듣고 나와 열어주곤 했던 작은 샛대문, 마루 밑에서 누렁이가 강아지를 몇 번이나 낳았던 일이며 할머니가 군불로 소여물을 쪄내고 물을 데웠던 사랑채, 처마에 봄이면 제비들이 날아와 새끼들을 키웠다. 지금은 삐걱삐걱 낡고 뒤틀려 있는 빈집, 돌이켜보면 그 자리에 고독했던 아버지가 서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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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2 [17:5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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