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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아픔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기사입력  2018/05/03 [14:46]
▲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작은 딸이 카톡을 보내왔다. " 아빠, 나 진짜 힘들어. 그래도 나는 계속 이렇게 지내야겠지?"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그 카톡 때문에 나는 그날 밤잠을 거의 이룰수 없었다. 작은 애는 올해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상급병원에 간호사로 취업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자란 아이다. 학교 공부도 곧 잘해서 늘 칭찬의 대상이었다. 어디를 가든 자기 몫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대학에서도 평점 4점대를 넘는 점수로 졸업 했다. 그랬던 애가 이런 문자를 보내오다니 부모로서 멘붕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다. 이런 아픔을 겪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우리 딸 뿐이겠는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어떤 면에선 `갑`의 입장에서, 또 다른 쪽에선 을의 입장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잠깐만 둘러봐도 을의 처지에서 고통 받는 이웃들이 예상외로 많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 답을 구하기 위해 가끔 마을 경로당에 들러 어르신들에게  "어르신 입장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고 묻는다. 그럴 때면 어르신들은 그냥 웃으신다. 그리고 "아무리 나이 먹어도 그 인생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왜 할 말씀이 없겠는가. 인생을 알지만 그것만으론 인생을 충실히 논하기 어렵지 않을까. 인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정의감, 다양한 직업윤리, 개인윤리, 가정과 가족에 관한 문화론, 정치와 역사의식의 컬러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 취미나 친구관계와 봉사활동까지도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할 말이 많으면서도 나이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고 허허 웃는 것이리라. 딸에게서 소식이 와도 무슨 일이 있는 가 가슴이 덜컹하고 소식이 없어서도 온갖 안 좋은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번 휴대폰을 들었다 놓는다. 전화를 하거나 찾아 올라가자니 딸의 정신과 마음이 약해져 직장을 중도포기 할까 걱정이고, 모든 것을 이기라고 말하자니 딸이 겪는 아픔과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할 뿐 이다. 직장 생활에서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만큼 갑질을 당해도 적절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을의 가진 가장 큰 아픔이라고 한다. 법적인 근로기준이야 왜 없겠나. 하지만 을이 자신의 아픔을 주장하면 마치 직장과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미숙아`로 찍혀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딸아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병원에 전화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가족이 대신해서 직장에 부조리한 것을 한번이라도 항의하면 후폭풍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아픔을 접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지혜로운 목회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깊이 묵상하게 된다. 아픔을 겪는 이웃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이 불법과 부조리로 고통받지 않게하는 것도 건강한 목회의 한 분야다. 하지만 현실의 아픔에 초점을 맞출 경우 목회는 하나님과 깊이 교류하며 예배를 통한 하나님의 임재와 친밀함을 깊게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세상의 온갖 욕구와 시끄러움과 탐욕을 벗어나 성경을 연구하고 깊은 기도와 금욕적 영성적 훈련을 할 경우 현실문제로 아파하는 이웃을 소극적으로 대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두 측면을 적당하게 균형 맞추다 보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회색지대에 머무르게 된다. 중견 목회자가 되면 삶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진정한 쉼을 찾아 교회에 나오는 분들에게 뭔가 적절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파하고 괴로워하며 하나님 앞에 나아간다. 그 뿐만 아니라 나는 부모로서 딸에게도 힘과 용기를 주지 못하는 어설픈 존재이다. 그래서 적절한 하나님의 손길이 임하여 오늘의 문제를  바꾸어 줄 것을 믿고 소망을 버리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딸에게 당부하고 싶다. 인생의 한계에서 을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손길이 지금도 임할 줄 믿기에 나는 지금 그들을 위해 축복하며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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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3 [14:4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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