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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마을 신화
 
김민성 시인   기사입력  2018/05/09 [19:01]

 소행성 B612에서 왔다는 아이는
그 언덕배기에 정착해 살고 있다
황금빛 사막 여우가 그의 곁을 지키고

 

감천마을 신화도 그때쯤에 생겨났지
밤이면 벽화 속 고래 바다로 나갔다가
새벽녘 별빛을 타고 다시 돌아온다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소행성 아이가
붉은 색 긴 머플러 두르르 곱게 풀어
뒷모습 쓸쓸한 아비 목에 둘러 준다고

 


 

 

 

▲ 김민성시인   

은행잎이 막 물들기 시작하고, 또 다시 찾아 온 가을 앓이가 시작되었다. 며칠 동안 내 안 에 갇혀 맑은 가을 하늘이 맑게만 보이지 않고 이미 떨어진 나뭇잎 구르는 소리만 더 크게 들렸다. 다시 도진 불면증은 낮의 활력을 앗아가고 밤은 더 또록또록 눈망울을 굴리게 했다. 여름에 떨어졌던 식욕도 가을이면 다시 살아난다고 했는데 먹고 싶은 것은 떠오르지 않고 밥알을 세고 있다. 이런 내 모습에 가족들도 말 수가 줄어들고 집안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직장에서 하루 휴가를 낸 딸아이가 더 춥기 전에 바람 쇄러 가자고 한다. 못이기는 척 따라 나섰다.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더없이 조용하고 평화롭다. 강물 위 물오리는 흐르는 듯 유유히 떠 있다. 보이지 않는 발이 쉼 없이 움직일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부산역에 내려 감천 문화마을로 갔다. 언덕을 올라 늦은 점심을 먹고 물방울 떡도 먹고 인조 진주가 달린 레이스 수제 머리핀도 딸이 선물로 사 주었다. 천천히 걷다 만난 어린왕자동상, 붉은색 긴 머플러가 바람에 날리는 듯하다.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골목길, 목이 따뜻해진다. 무엇인지 모를 딱딱한 것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 은행잎은 조금 더 짙은 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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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9 [19:0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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