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마무리 수난시대`다. KBO 각 팀이 뒷문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이 거의 매일 떠오를 정도다.
올 시즌 정규리그 전체 일정의 약 25%가 진행된 가운데 10개 구단이 기록한 블론세이브는 총 51개다. 지난해 720경기에서 나온 블론세이브는 174개, 불펜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지 않은 시즌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51개는 적잖은 수치다.
난조 끝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김세현과 어깨 염증으로 재활 중인 롯데 자이언츠 셋업맨 박진형이 4차례 블론세이브를 저질러 `불명예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8일 고척 한화전에서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진 조상우(넥센 히어로즈)도 이에 합류했다. 백인식(SK 와이번스)과 정찬헌(LG 트윈스)이 3차례로 이들의 뒤를 잇고 있다.
뒷문이 불안한 것은 하위 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강 구도를 구축한 두산 베어스와 SK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두산은 당초 마무리 투수로 점찍은 김강률이 부진하면서 함덕주에게 뒷문을 맡겼다.
함덕주가 9세이브(1승 1패) 평균자책점 2.14로 잘 버텨주고 있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한동안 힘겨워하는 모습 보였다.
SK도 마무리 투수 박정배가 8세이브(1패)를 올리고 있으나 평균자책점이 5.87로 높다. 셋업맨으로 낙점한 서진용은 기복이 있다.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면서 역전패를 당하면 훨씬 타격이 크다. 필승조를 모두 가동하고 패배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심리적 타격은 더더욱 크다.
거의 모든 팀들의 뒷문이 불안한 가운데 한화 이글스 마무리 투수 정우람의 존재는 한층 돋보인다. 정우람은 올해 16경기에 등판해 14⅔이닝을 던지면서 12세이브(1승), 평균자책점 1.23으로 한화의 뒷문을 확실하게 잠그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한 차례뿐이다.
세부 지표도 훌륭하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89에 불과하고, 피안타율도 0.167로 낮다. 삼진 18개를 잡는 동안 볼넷 4개 만을 내줬다.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넥센의 경기에서도 정우람의 가치는 빛났다. 마무리 투수로 인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경기였다. 8회까지 9-6으로 앞선 넥센은 9회초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투입했다. 조상우는 신인 정은원에게 투런포를 맞는 등 1이닝 4실점(1자책점)으로 무너져 한화의 9-10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자 급히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은 1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내줬으나 삼진 2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다른 팀에 비해 뒷문 고민이 적은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정우람 이야기가 나오면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한 감독은 "9회에 정우람이 올라오면 편안하게 경기를 보게 된다. 중간에서 장민재, 이태양도 잘해주고 있어 선발 투수가 길게 가면 여유가 생긴다"고 믿음을 보였다.
"정우람의 차분한 성격이 마운드에서 그대로 나오는 것 같다"며 "튀지 않고 잔잔한 성적이다. 하지만 등판을 위해 팔을 풀기 시작하면 전투 모드로 돌변한다"고 칭찬했다. 한화는 정규리그 3위를 질주 중이다. 하위권을 맴돌던 지난 몇 년과 비교해 이기는 날이 더 많다. 정우람이 세이브를 수확할 기회도 늘어난다. 정우람보다 앞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진도 예년보다 탄탄하다. 정우람이 SK 시절인 2012년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 세이브(30개)를 넘어서는 것도 꿈이 아니다.
뉴시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