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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성공, 엄격한 도덕 뒷받침돼야
 
정문재 뉴시스 부국장   기사입력  2018/05/10 [18:58]
▲ 뉴시스 부국장     © 편집부

벤치마킹은 2등이나 3등으로서는 최고의 선택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유효한 전략이다. 1등을 모방함으로써 압축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자신의 여건에 1등의 강점을 잘 결합하면 선두로 올라설 수도 있다.  프랑스의 귀족 청년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1831년 미국행 배에 몸을 실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국가운영 노하우와 제도를 연구해두면 먼 훗날 지도자로서 프랑스의 번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키웠다. 토크빌은 귀족 출신이지만 민주주의를 적극 지지했다. 나폴레옹의 몰락 후 루이 왕조가 권력을 되찾았지만 군주제는 시대를 거스르는 정체(政體)라고 생각했다. 1830년 일어난 7월혁명은 토크빌의 믿음을 강화했다. 프랑스 국왕 샤를10세는 칙령을 통해 국회 해산, 출판 자유의 금지를 선언했지만 국민들의 저항에 밀려 퇴위하고 말았다. 프랑스는 7월혁명을 계기로 자유주의적 입헌왕정을 도입했다.


 토크빌은 프랑스와 영국의 입헌왕정을 비교하다가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영국보다는 미국 국민들이 보다 많은 자율성을 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보다는 미국의 제도가 유용하다고 여겼다.
북미 여행은 토크빌을 미국 찬미론자로 만들었다. 미국 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른 차별이 없었고,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행사했다. 신분제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크빌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평등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토양을 제공했다. 누구나 신(神) 앞에서 평등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규약을 통해 자치(自治)를 시작했다. 청교도들은 메이플라워호에서 내리자마자 사회 규약부터 만들었다. 규약은 대단한 구속력을 발휘했다. 모든 구성원들이 규약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자발적 합의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도 없다. 규약을 어기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영국과는 달리 미국 식민지에서는 범죄자는 모든 사람들의 공적(公敵)으로 전락했다.


 미국의 초기 정착자들은 질서와 도덕을 지키는 것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겼다. 양심에 맡겨야 할 문제조차 법으로 다스렸다.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도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소설 `주홍글씨`의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 같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등장했다. 법원은 미혼 남녀가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이유로 체형(體刑)을 선고하는 동시에 결혼 명령을 내렸다. 처녀가 총각에게 입맞춤을 허락했다가 벌금을 물기도 했다. 게으름이나 과음도 법으로 제재했다. 술집 주인이 손님에게 일정량 이상의 술을 팔면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했다. 작은 거짓말이라도 사회에 해로운 것으로 판명되면 벌금이나 체형으로 다스렸다. 법률이 지나칠 정도로 엄격했지만 대다수가 이를 준수했다. 사회 지도층이 법률을 강제한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투표에 참여해 법률 도입 여부를 결정했다. 더욱이 그 당시의 도덕과 관습은 법률보다도 더 엄격했다. 그래서 법률에 반발하는 일은 드물었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의 성공 요인을 법률과 관습에서 찾았다. 토크빌은 특히 법률보다는 관습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관습은 도덕에서 비롯됐다. 엄격한 도덕이 자기 절제를 관습으로 정착시켰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실패한 것일까? 토크빌의 눈높이로 보면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법률은 물론 도덕마저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법조인들이 법과 도덕을 짓밟는데 앞장서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다`라는 명제는 더 이상 공감을 얻지 못한다. 국민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는다. 대다수 보통 사람들은 법을 지키며 산다. 하지만 힘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법을 집행하기만 할 뿐 법을 지키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민주주의는 법만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도덕이 뒷받침돼야 법도 생명력을 얻는다. 도덕이 없으면 법은 화석화된다. 상식 수준의 도덕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법은 그저 통치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법을 피해가려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물론 사회도 붕괴되고 만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법조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이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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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10 [18:5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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