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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의 위기와 기회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18/05/13 [16:50]

 

▲ 박정관굿뉴스울산 편집장    

20여 년 전 나는 동구 남목에서 경향신문 지국장으로 업무를 보게 됐다. 전직 지국장의 갑작스런 사정으로 급하게 후임지국장으로 들어갔다. 그때 경향신문은 한화그룹이 다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본사 차원의 지원이 많았다. 그 무렵 5대 일간지 중에서 경향신문은 파격을 시도했다. 타 신문들이 뉴스보도에 근거한 기사를 충실히 다루고 있을 때 경향신문은 기존 신문지면에 잡지 성격의 `매거진X`라는 섹션을 추가했다. 산업화 이후 경제발전의 성장기에 접어든 그때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갈증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잡지를 굳이 따로 사보지 않아도 될 만큼 여성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내용과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인터뷰와 여행과 레저 패션 등에 대해 다루었다. 그래서 판촉사원들이 나가면 반응이 좋았다. 내가 여유자금이 조금 있어 투자를 좀 할 수 있었다면 사정이 나았을 텐데 큰돈은 만지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지국장을 해서 돈이 벌릴 때가 있었고, 판촉사원으로 돈이 벌릴 때가 있었는데 나는 그 흐름을 잘 타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중앙일보에서 대대적인 기획특집으로 경제지면과 스포츠 지면으로 섹션을 만들면서 신문시장의 판도를 흔들어놓았다. 중앙일보에는 판촉사원들이 엄청 몰려들었다. 다른 신문들도 이런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해 중앙일간지는 지금처럼 섹션이 자리 잡게 됐다. 경향신문의 지면개혁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지만 다름 신문들의 섹션 경쟁에서 밀려나게 돼버렸다. 세계일보, 국민일보, 한겨레신문의 창간도 이어졌다. 그 무렵 지금처럼 방송이 많지 않았고, 지금처럼 해외여행을 많이 가지도 않았다.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시절이어서 집집마다 신문 한 부 정도는 기본으로 구독했다. 전세 세입자라도 신문은 어렵지 않게 구독했다.


단독주택에 전세를 놓는 집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연립주택과 5층짜리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고층아파트가 생겨나기 시작해 마천루 경쟁을 벌이듯 고층건물이 연이어 들어섰다. 개인 PC의 대량보급은 처음에 별 영향을 못 미쳤지만 나중에 집집마다 컴퓨터가 구비되자 종이신문도 구독거절이 늘어났다. 그리고 세월의 강을 훌쩍 건너 근래에는 아예 스마트폰으로 신문 읽는 것도 대세가 됐다. 신문사의 속보와 특종이 인기를 누렸지만 어느 샌가 속보 경쟁은 무의미해졌고, 특종 경쟁도 점차 줄어들었다. 근자의 종이신문은 심층적인 해석을 곁들인 전문기자의 지면으로 많이 채워지는 형국이다. 종이신문들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방송에 밀리는 경향이 짙어지자 일부 신문사들은 종편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제 신문이나 방송과 인터넷의 경계는 점차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드루킹의 댓글조작사건이 세간의 이슈였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묻혀버렸다. 네이버는 드루킹 건으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지만 네이버가 자신들의 견고한 성채를 쌓아올린 노력만큼은 누구든 인정해야 할 것이다. 네이버도 다른 언론사가 공들여 취재한 기사들을 뉴스스탠드에 전시하며 장사하는 속셈을 버려야한다. 뉴스 장사를 내려놓는 결단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사속이 아닌 포털 고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4차 산업 혁명의 기로에서 네이버의 결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회라는 찬스(chance)는 한 글자만 바꾸면 체인지(change)가 된다. 올곧음의 추구가 목적지라면 변화는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持論)이다. 수십 년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종이신문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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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13 [16:5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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