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약이겠지요`--유행가 가사처럼 아픔도 사랑도 그리고 그리움도 세월이 가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잊혀 져 가는 게 인생사인지 모른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더 아련히 익어 가는 것이 있다. 미물의 연어가 수억 만 리를 거슬러 고향을 찾듯 그것은 자연의 섭리요 진리인 것이다. 그래서 일까. 어머님은 아무리 못생겨도 좋으시다 어머님이라는 그 하나로. 그래서일까 고향은 아무리 삭막해도 고향이라는 그 하나로 아름답다. 지난해 봄 어느 날 고교 후배 한분이 찾아와 재울산 경주향우회를 창립하는데 꼭 함께하자는 청을 했다. 고향이 울주군 두서면이라면 해당되지 않지만 경주에서 초, 중, 고교를 졸업했으니 자격이 충분하다는 그의 강변에 부득이 회원이 됐다. 필자는 여기서 경주가 아니라 라는 `신라 그 천년의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느끼고 사랑한 경주와 울산을 다시 새겨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산 하나에 三江이 흐르는 곳은 백두산과 백운산 두 곳 뿐이다. 백두산은 압록강 두만강과 중국으로 흐르는 송화강의 발원지이다. 백운산은 형산강 태화강 낙동강의 始原이다. 그런데 백두산은 단군설화와 천지로 민족의 상징성을 갖는 반면 압록강과 두만강은 국경선으로 자리잡아 상징성이 좀 떨어진다. 하지만 울산에 위치한 백운산은 경주와 경계를 이루며 국내유일의 태화강과 형산강의 공동발원지로 그 상징성은 폭발적이다. 경주와 포항을 감고 흐르는 형산강은 삼국통일을 이루어 한민족의 첫 이름표를 단 역사의 강이다. 무엇이 이보다 더 위대하다 말인가.
울산의 젓줄 태화강은 자동차, 조선소 그리고 석유화학단지로 오천년 역사에 새겨진 보릿고개 배고픔을 단10년 만에 치유했다. `태화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의 빛과 소금이다.
우리는 울산과 경주의 경계에 있는 백운산을 깊이 고찰할 필요가 있다. 한샘에서 물이 흘러 발원지가 같은 두강을 품었고 그들이 경주와 울산 그리고 포항을 연결했으니 이 산은 신라천년의 뿌리인 셈이다. 경주는 세계적 유적도시 이전에 신라 천년의 모든 것을 품은우리 민족의 영원한 고향이다. 그래서 경주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돌 하나에도 영혼이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경주가 그냥 경주가 아니란 사실을 최근 직접 체험했다. 왜 역사가 필요하고 전통과 유산이 중요한가를 우연히 향우회에서 느꼈다. 우리나라 `4대 패밀리`라는 말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단결되고 응집력 있는 단체를 현장에서 보고 느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강하고 진하고 사랑과 정이 있는 천년 고도의 향수가 울산과 함께 뿌리를 내리면 멀지 않아 다시 `태화강의 기적`을 울리는데 일조할 것이다.
태화강과 형산강이 갈라지는 내 고향 두서, 지금은 울산이 생활권이지만 이전에는 경주 권으로 사춘기 고교시절을 그곳에서 보내며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잊지 못할 그리움을 경주 남산 자락에 남겼다. 경주는 서천ㆍ동천ㆍ북천ㆍ남천 등 동서남북 내개의 강이 동시에 흐르는 유일한 도시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강물을 품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가 천년을 이어갔든가. 반월성, 첨성대, 분황사, 안압지, 남산, 어디를 가든 천년 숨결은 아직도 강물처럼 부드럽게 아니 고고한 달빛같이 우리 가슴속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오는 향수향수. 그 누구든 심장이 있다면 달빛 아래 경주를 걸어보세요. 세상에 그 보다 아름다운 여자를 보았나요. 세상에 그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었나요- 고향이 경주인 사람들은 전생에 가장 큰 복을 지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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