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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한 사정
 
허영숙 시인   기사입력  2018/05/15 [18:55]

 햇살은 헤프지 않고
눈보라는 너무 무겁고 바람은
매서워
응석을 처매고
웅크리고 있는 봉오리들 사이,

 

일생의 가난을 너무 일찍 모셨던 탓
내일도 공손하지 못하고
온 곳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 절박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
가장 추운 날을 골라
차라리 남들 보다 일찍 겨울을 배우겠다는 의지로

 

핀 동백꽃

 

철을 분간하지 못한다고 말하지 마라, 봉오리들아

 

이 겨울 뚫고 피려는 나는
숨 가쁘지 않았겠나

 

천심은 믿을 수 없고
비장은
비겁보다 실하고 오래 버티므로,

 

꽃잎 사이사이 불끈 쥔 손등에
굵은 핏발이 선다

 


 

▲ 허영숙시인    

여학생들이 분주히 오가는 대학가 근처 상점들, 한 화장품 매장에는 봉오리 만 한 여학생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아직 어린데 빨리 예쁘게 피고 싶어 하는 꽃처럼 립스틱을 발랐다가 지우고 발랐다가 지우며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주며 웃고 있다. 거리에는 성긴 눈발이 날리고 아직 봄은 멀었는데 화장품가게 밖에서는 마이크를 들고 매장으로 들어오라고 큰 소리로 호객하고 있는 갓 스무 살을 넘긴 듯 보이는 어린 여자, 젖살이 덜 빠진 볼은 이미 얼었고 붉은 색 짧은 치마 아래로 시린 무릎이 애처롭다. 가난에 떠밀려 또래보다 너는 너무 일찍 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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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15 [18:5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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