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현장에 외압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A씨 사건과 관련해 지역 정치권에서 공방이 일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울산시당은 16일 논평을 내고 "A씨의 주장은 레미콘 업자에게 1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겨준 뒤 그 성과를 즐기며 골프회동을 3차례 했는데 그 중 한 번은 자신이 라운딩 비용을 냈다는 것"이라며 "경제정의를 좀 먹은 행위에 대해 반성은 커녕 소소한 내용으로 항변하는 모습이 헛웃음을 짓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수사의 본질은 라운딩 비용을 누가 냈는지가 아니라 어떤 힘이 어떻게 작용해 기존업체를 밀어내고 특정업체에 부당이득을 줬느냐다"라며 "A씨는 비서실 압수수색 직후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피해자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A씨는 `한 번은 내가 골프비용을 냈다`는 하찮은 변명으로 수사에 물타기를 시도할 것이 아니라 시장 비서로서 힘을 남용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수사결과에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도 이날 낸 논평을 통해 "이번 수사가 김기현 죽이기 수사이자 공작ㆍ기획수사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씌워 죄를 묻고 있다는 얘기인데 어쩌다 울산경찰이 이지경이 됐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면서 A씨의 반론이나 신용카드 결제내역, 골프장 전산기록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울산시당은 "무조건 김 시장의 측근을 엮어야 하니 말도 안되는 것들도 다 집어넣어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하려 한 것"이라며 "골프치고 나중에 비용을 돌려준 것은 A씨나 황운하 울산경찰청이나 매한가지니 A씨가 유죄면 황 청장도 유죄"라고 주장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부실 수사를 운운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며 "이번 사건은 시장 비서실장인 A씨가 특정업체의 청탁을 받고 시청 담당국장과 함께 민간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1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겨준 직권남용 혐의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 당시 소극적인 변명에만 급급하던 A씨는 이제야 수사기관도 아닌 언론에 결제 사실을 공개했다"며 "송치 이후 언론에 공개해 경찰 수사를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울산경찰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첩보나 내사 진행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계속해서 공작ㆍ기획수사 운운하며 공격한다면 적극적인 경위 설명에 나설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흡집내기 시도를 중단하고 잠적 또는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핵심 관련자들을 조속히 출석시켜 협조하는 것이 책임 있는 모습일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뇌물수수ㆍ공여 혐의로 A씨와 울산시 도시창조국장 B씨, 레미콘업체 대표 C씨 등 3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4월 평소 알고 지내던 C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B씨를 통해 C씨 업체를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다시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사에 다시 참여하게 된 C씨는 같은해 6월부터 11월까지 A씨에게 3차례, B씨에게 3차례 골프접대를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정종식 기자